고려사에 의하면『聖朱의 學이 비로소 中國에 행하여졌으나 東方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였더니 신정이 원에 갔을때 얻어 배우고 동에 돌아왔으니 리제현, 박충좌 등이 먼저 사수하였다』<고려사권26ㆍ백신정조>이와 같이 성리학 전래의 공은 충렬왕 때의 안향과 충숙 충선왕으로 나타나 있다.
태조는 신흥 왕조의 건립 상황에 새로운 명분과 이념을 제공하는 혁명정신으로서 유학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받아들인 성리학은 북방 민족의 침략으로부터 자민족의 정통성(주체의식)을 주장하기 위하여 강조된 철학으로서의 구실을 다한 것이다.
려말의 중세기적 모순이 국내적으로는 승려 귀족의 전횡과 거기에 결부된 사원 경제의 일방적 확대에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막강한 몽고족의 침략에 의한 국가적 대원복속 관계와 귀족문화의 몽고화라는 주체성의 위기 앞에서 자기의 정통을 주장하여 모든 이단을 제거하려는 강력한 투쟁적 론리위에서 성리학은 이 역사적 상황 해결에 직접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식은「피이단 명오도」라는 유학 정신에 기인하였고 오도를 밝히고 이단을 물리친다는 것은 곧 척사위정의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척사위정의 정신은 불교를 이단이라 하여 철저히 배척하였고 우리의 주체성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임란 호란 등에 의병 봉기 북벌 저항 서양 세력의 배척 일제에 대한 반항 등이 모두 이 척사위정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척위사상은 물론 인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사실은 인의 본의는 보편 타당하고 광한무애한 애정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은 시비선악에 대한 엄정한 변별이 있을 뿐 아니라 자근이내원이라는 등차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인의 성격으로 다른 점이며 이피이단 즉 척사위정의 정신이 과거 군초에 불교를 배척하던 그 이상으로 잔인하게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그 연유가 실로 이 점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이러한 전통사상에 젖어 있는 유교 문화권 내에서 직선적으로 성경을 강론하려는 시도는 실로 무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금까지의 이러한 방법이 그 노력에 비하여 효과가 적었다는 사실은 저간의 실정을 말하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에서의 그리스도화 운동은 한국민의 주체의식을 이루고 있는 이 척형사상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옳든 그르든 이것이 한민족의 전통사상을 이루고 있는 이상 우리들은 너무나도 뚜렷한 이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장벽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 두터운 장벽을 뚫기 위해서 우리는 앞으로 그 터전부터 닦아야 할 것이다.
많은 노력이 요청되는 이 기초작업은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이 결코 공자의 仁과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 그리스도의 사랑은 인간생활에 국한된 공자의 仁과는 달리 영생이 약속되었고 등차적인 仁과는 달리 만민에게 평등한 사랑이라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에 그리스도교가 토착하였다 할 수 있을 것이며 유교자들이 그리스도교가 결코 이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그들은 뉘보다도 가장 진실한 크리스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의를 위하여 생명을 초개 같이 버릴 줄 아는 그들의 극기복례사상은 그대로 가장 열렬한 신앙생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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