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볼 것이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온 교우 한분의 말씀이었다.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 『오래 살고 볼 것이다』
하기야 『꼭 올림픽 좀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선친의 바람이 채워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시대도 잘 타고 나야하고 오래 살고 볼 것임에 틀림없다.
죽음이 완전 치유인지라、 천국의 주님 품에 막상 안겨보면 「오래 살고 볼 것이다」가 아니라 「죽고 볼 것이다」라고 생각이 뒤바뀌겠지만…. 헌데 오래 살고 볼 것이 분명 있긴 있다.
그것은 바둥바둥 대며 살아봤자 제대로 살지도 못할 것 같은 못갖춘마디 인생에 좀 더 갖춘마디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특별히 우리 민족、신앙인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도、과학문명의 혜택을 체험하며 사는 긴 인생도 중요하겠지만、진정 오래 살다 보니 시대를 잘 타고 살다 보니 세계성체대회라는 자각(自覺)의 기회가 주어진 시대에 몸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잔인하게도(?) 먹다먹다 못해(?)그리스도의 몸까지 뜯어먹으며 사는 그분의 자녀이면서도、오히려 정신적ㆍ육체적ㆍ물질적으로 여러 생활 양식에서 이웃을 뜯어먹으며(?)살고 있지나 않은지?
그래서 그분은 생시(生時)에 십자가상에서 뜯기셨고 영원히 성체성사로 먹히시는 극도의 고통이 수반된 삶을 사셨음을 생각할 때、고통을 전혀 모르는 임종이후의 나눔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부자도 빈자도、권세있는 자도 비천한자도 누구나 소유하고 누구나 가능한 두 눈과 장기를 나눌 수 있다는 행위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여기에 의미를 둘 때、 하마터면 몸은 성했으나 영혼은 병든 인생을 손에 쥔 채 그분께 갈 뻔했으니、이런 의미에서 올림픽보다 더 소중한 세계성체대회를 맞고 지나가는 우리인생이 되었기에 『오래 살고 볼 것이다』.
성목요일 미사를 지내고 두 눈과 장기를 기증한 2백여 명의 본당교우들、자질구레한 것 여럿보다 굵직한 것을 하나 택했으니 대견스럽다.
아마 교황께서도 몸보신용 방패막이 승용차타고 누비시겠지만 헌안ㆍ장기봉헌 운동하는 우리교회의 소박한마음에 함께하며 눈을 바치고 장기를 바치기 위해 서명할 붓을 들고 오실 거라고 세상에 떠들어대고 싶다.
그리고 유창한(?)한국말로 『찬미예수』에 덧붙여 『오래살고 볼 것이다』라는 말씀을 덧붙였으면 더욱 좋겠다.
…혼날 줄 알면서….
홍문택 <神父ㆍ서울고덕동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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