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전도를 위해 묵상하다가 감히 큰집을 노크해봅니다. 저는 진해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부산교구 김용철 부제입니다.
저는 부제서품 후 「가톨릭신문」을 계속 받아보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신문보다 목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15일자 「가톨릭신문」에 교회일치운동 반대는 5.4%, 개신교와 연합활동 찬성67%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습니다. 타 교단은 늘 열교라는 등 멸시만 해오는 줄 알고 있다가 한 형제임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금년 세계성체대회 때 교회일치를 위해 저희성공회 대성당에서 기도회가 있는 것을 볼 때, 말뿐이 아니라 막혔던 담(벽)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용기를 내어 「가톨릭신문」에 투고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교단의 단점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선배신부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용기를 내었습니다. 천주교는 수많은 신앙선조들의 순교 정신에 의해 오늘날 부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무쪼록 저의 원고가 교회일치의 일환으로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겨우 부제품 받은 지 9개월이 되었다. 그러니 성직초년생인 셈이다. 그동안 부산대성당 보좌부제로 있으면서 선배 성직자로부터 많은 훈련을 받았다. 어느 날 신부님으로부터 인사이동 소식을 듣고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앞섰다. 신학원 시절에 고작 방학을 통한 실습과 강화 지교회에서 저녁기도 인도 외에 단독으로 교회일을 해본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임지는 진해로 결정되었다. 진해는 83년도 미국교포 한분이 진해에 사업차 귀국해 교회를 세웠다. 그분이 한국체류기간 3년이 다되어 미국에 들어가자 교회는 문을 닫아야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그때 신자수는 한 가정과 중ㆍ고생 10여명이었다. 교구에서는 이 신자들을 그냥 방치해 둘 수가 없어 아시아 선교부에서 온 지원금으로 다시 지교회를 세워 여전도사를 파견했었다. 이곳이 현재 진해교회이다.
발령소식을 듣고 진해시를 한번 둘러보았다. 진해시는 참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러나 건물2층 전세(18평) 교회를 찾아 막 들어서는 순간 문도 잘 열리지 않고 기도실은 기도할 수 있는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방 두 칸에 한쪽은 거실 한쪽은 기도실(물론 지금도 사제관은 따로 없다), 이런 곳에서 여전도사님께서 꽤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도사로부터 교회장부ㆍ교적부등 교우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건물외부 사진을 찍고, 무거운 발걸음을 부산으로 돌렸다. 교회에 갖춰져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앞이 캄캄해 이곳에 오기 며칠 동안 걱정으로 머리가 무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교우댁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 진해교회를 이야기하던 중 건물이 어떻고 무엇이 없고, 걱정을 이야기했더니 그때 주일학교에 다니는 4학년어린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참, 부제님도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세요. 예수님은 보잘 것 없는 마굿간에 태어 나셨는데 기도할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순간 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이 어린이가 하는 말에 나는 마음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하느님을 믿은 것이 이 어린이보다도 못했다고 생각하니 참회의 눈물, 감사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한마디가 진해교회의 부족한 점을 다 덮을 수가 있었고 기죽은 나에게 새 희망, 새 용기를 주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김용철 부제ㆍ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진해교회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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