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트(Sinnot). 우리말로 바꾸어보면 「죄가 없다」또는 「죄가 아니다」로 꿰맞추어 볼 수 있다. 우리말식으로 발음할 때는 자음(子音)과 자음이 겹쳐 앞의 받침은 빠지고「시노트」로 읽게 된다. 「시노트」즉 「죄가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국인 신부가 지난5일 우리나라에 왔다. ▼시노트 신부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실로 오랜만인 1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소위 「인혁당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면 시노트 신부를 알고 있다. 그 신부는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투옥ㆍ처형한 사실이 부당함을 강력히 항의하다가 1975년 강제추방 당한 분이기 때문이다. ▼시노트 신부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60년 미국서 사제서품 후 얼마 안 되었다. 메리놀 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인천교구에 파견돼 답동ㆍ백령도ㆍ영종도 등지에서 15년 가까이 사목활동을 폈다. 그는 성당을 건립하고 병원ㆍ양로원ㆍ고아원을 설립、운영하는가하면 어선을 건조하고 선착장을 축조하며 도로를 확장하는 등 사목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폭넓은 봉사활동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추방되기 얼마 전에는 유신헌법철폐와 구속자석방 등 인권운동에도 참여하다가 정권의 미움을 사게 됐다. ▼강제추방 될 당시 시노트 신부는 인천교구 부주교(부교구장)로 있었다. 그의 강제출국령을 놓고 한국주교단은 법무부장관에 공한을 보내 출국명령철회를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5년 강제출국당시 시노트 신부는 『이제 떠나면 회갑 때나 다시 올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자신 『그때의 농담이 진담이 됐다』고했다. ▼그는 또 『그 당시 한국 상황은 말을 못하던 시절이었으나 지금은 좋아진 것 같다』고도 했다. 물론 그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말들을 너무 많이 해서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말을 전혀 못한 시절도 난국이었지만 반대로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지금도 결코 평국(平局)일수는 없다. 「죄 없는 신부」의 회갑만큼은 즐거운 잔치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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