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느긋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분출되어온 대학문제를 필두로 울산 현대중공업사태와 일련의 노사분규들、이른바 통일논의에 일대 바람을 몰고 온 「문 목사 사건」강원도 동해시의 「타락선거 열풍」등등. 더구나 대학도 아닌 고등의 학교 내에서 빚어진 스승폭행사건 등은 전환기의 현상이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릴 수 없는、참으로 큰 걱정을 우리에게 짐 지워 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상상을 초월한 아파트값 폭등과 밤과 낮이 따로 없는 인신매매 사건들은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게 하고 있다. 과연 혼돈의 끝은 어떤 모양일까.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의 입은 「걱정」이라는 말로 모아지고 있다. 누구의 말을 믿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좋을지조차 모르는 이 혼돈의 늪에서 보는 우리의 진정한 우려는 참 목소리、진리의 부재 바로 그것이다.
언로가 막히고 행동이 부자유스러웠던 그 시절、의연히 외쳤던 정의의 목소리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고 한 모금의 청량음료처럼 우리를 후련케 했었다. 그에 힘입어 우리는 「민주화」라는 놀라운 단어를 얻어내지 않았던가.
꼭꼭 갇혀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잡혔던 발목이 풀어지면서 민주화라는 변신을 향해 우리가 헤쳐 온 가시발길은 불과 2년 남짓 밖에 되지 못했다. 그사이 우리가 겪었던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해방 후로 비유되는 언론의 춘추전국시대야말로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변화의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겠다.
언로가 트이고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언론의 춘추전국시대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하는 당연한 결실은 「희망」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그것이 없다면 과거의 아픔、오늘의 혼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우리는 언론에서조차 희망을 읽어낼 「여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조차 혼돈 속에 휘말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아선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실현되기를 행여나 기다리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을 주름잡고 천하를 호령하는 힘의 영웅이 아니라 참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진짜 영웅들」이다. 어떤 불이익에도 굴하지 않으며 어떤 이익과도 손잡지 않는 그런 영웅들 말이다.
그런 영웅들은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영웅들은 할 말을 제대로 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맞춰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그 수효가 많아 질 때 비로소 우리사회는 제자리를 잡을 것이 분명하다. 교회야말로 참 목소리의 진원지여야 할 것이다. 진짜 영웅들이 참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그대로 사는 것 그것이 오늘의 교회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