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에 있는 성모자애원에서 아이들 영세식과 미사에 참석해달라는 엽서를 받고 처음 방문해보는 자애원에 가슴을 설레이며 찾아갔다. 전철을 타고 노원역에 내려보니 비닐하우스가 넓게 뻗쳐있고 주택가는 저멀리 보였다.
서울 변두리에 이렇게 넓고 공기맑고 조용한 동네가 있다니…내마음이 시원해졌다. 자애원에 들어서니 마당에 천막을 치고 미사준비가 한창이었다. 벌판에 세워진 자애원, 추운데서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수녀님들의 푸릇한 얼굴이 보였다. 멋없는 점퍼와 털신을 신으시고 동분서주하시는 수녀님, 이분들이야 말로 진정 사랑을 실천하시는 작은 예수님이셨다.
나는 고작 한달에 몇 천원씩 내고 그걸로 이웃 사랑한다고 자부하지 않았던가. 아이들과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도 않고 어루만져 주지도 않고 멋만내고 가서 미사드리고 자애원에서 준비한 떡과 과일차 등을 들고 어깨 젖히고 뻣뻣이 섰다가 수녀님께 인사받고 택사잡아 타고 휑하니 돌아온 나. 이런 교만이, 진정 사랑은 없고 껍데기만 있는 이 위선…하느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예수님께서 가장 미소한 자에게 베푼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하셨는데… 따뜻한 마음을 주고 오지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앞으로나 자신을위해서 남을 돕지 않고 진정 남을 위해 불우한 형제자매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이해에는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않겠다. 금년에 자애원에서 영세식이 있을때는 나도 어떤 어린이의 대모도 서고싶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고 기도드리련다. 주님, 자애원의 어린이와 수녀님들에게 은총을 넘치도록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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