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성사에 대해서 문의하려고 이른 시각에 성당으로 향했다.
세례후 첫 고백성사때 내 잘못을 신부님께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한채 쩔쩔매기만 했던 일은 항상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기억으로 나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음 가뿐히 고백소를 나올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판공성사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성당엘 갔다.
그러나 그런 내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성당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커다란(?)견공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많은 신자들이 드나드는 이 사무실이 밤에는 견공의 안방으로 변하였다는 말인가? 성스러운 하느님의 집조차 무서운 훈련을 받았을 견공(犬公)밖에는 없게 되어버린 이 세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야만 할런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생각도 잠깐, 아마도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돌보아주시는 우리주 하느님께서는 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떨고 있어야만하는 견공까지도 내버려두시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에 도리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견공이 하느님을 지켜드리는 것일까? 하느님께서 견공을 지켜주시는 것일까?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만 되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성당에 들어가 조용히 묵상을 하고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성당문도 꽉 잠겨져 있었다. 미사시간 이외에는 하느님께서도 조용히 쉬시길 원하시기 때문일까? 동생이랑 한방을 사용하고 어린 조카들 때문에 온종일 소란스러움 속에서 생활해야하는 나로서는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주님과 고요히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런 내는 성당은 갑자기 주님께 의논드릴 일이 생겼을 때 아무 때나 찾아 오고 싶은 곳이건만….
예수님! 문 좀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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