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 일을 모르고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해방의 기쁨도 가시기 전에
육ㆍ이오가 터지니
만인이 전율하는 생지옥 속에
알몸뚱아리를 던졌다.
포연에 끄슬린 격전의 능선
선혈이 물들은 계곡에서
3년 해를 보채나니
야윈 몸뚱아리엔 상처만이 남았다
달이 가고 해가 가면
가신다던 상처가
이십년이 지나도록
가실 줄 몰라.
<2>
두고 온 내 고향 우정의 낙원
지금은 장막 속에 빛을 잃었다.
오고 가는 마음 속엔
우정은 싹트지만
상처 받은 마음 속엔
증오심만 더하누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적구들의 만행을
오늘의 젊은이는
상상조차 못하리라.
휴전선의 깊은 밤은
고요에 잠들고
발광하는 오랑캐 확성기 소리
냉전 아닌 열전을 재촉케 한다.
<3>
습기 찬 돌바위엔 이끼만 짙어가고
북녘 하늘 먹구름 그 언제나 가시련고.
동란의 원흉들은
양의마저 없으니
님의 생각 그리워
이 한밤을 지새누나!
오늘은 육ㆍ이오
스물네 돐 맞이하니
악몽 같은 지난날이
눈 앞에 아롱진다.
정다웠던 전우 생각
아련히 떠오르니
너의 이름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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