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전을 읽어보면 성인들은 거의 덕행 면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잘못도 없는 사람들로 기록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성덕이 뛰어나고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그 엄격한 조사와 교회의 공인을 받아 성자로 추앙되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에 완전이란 것도 없을 것이며 또 사람이 결점 하나 없도록 완전하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고 천사일 것이다. 사람은 파스칼이 말한 대로『추락된 천사』이기 때문에 누구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성인전을 쓰신 분들이 너무나 감격해서 그분들의 좋은 점만을 강조하다 보니 성인들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초월적 존재로 미화시키는 잘못을 범한 것 같다. 차라리 그분들은 어떻게 나쁜 버릇과 성격을 고쳤는지 그 방법과 노력을 적나라하게 써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값진 것 중의 하나가 천부적으로 주어진 장점보다는 보다 완전하려고 하는 피나는 노력과 정성일 것이다.
타고난 천성이 고와서 존경 받는 성인들보다 사도 바오로나 성 아우구스띠노,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등 결점이 많았던 분들, 아직 성인은 안 되었지만 까다로운 격식보다 솔직하고 평범하면서도 감명을 주신 요한 23세 같은 분들이 더 친근감을 주고 머리를 숙이게 하지 않는가. 만일 처음부터 완전한 분들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면 범속한 우리는 실망할 것이며 성인이 되지 않고서는 구원을 받을 수가 없으니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무리 성인이라 할지라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선과 악이 백짓장 한 장 차이라고 하듯이 성인과 악인의 차이는 자기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승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완덕의 첩경이 감정의 조절이요 죄악의 파생은 부절제한 감정의 소산이니 말이다.
그런데 감정의 전달은 특히 불쾌한 감정일수록 끼치는 영향과 파장은 대단한 것이다. 심리학에「甲怒乙傳」이란 말이 있다. 부인으로부터 바가지 세례를 받은 사람이 중역들에게 부린 신경질이 연쇄적으로 사원들에게까지 미쳐 아침부터 직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애매하게 얻어 맞아 쌓인 불유쾌한 감정은 직원들 가정에까지 연장되어 엉뚱하게도 부인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지고 드디어는 터무니 없게도 어린이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한 사람의 신경질이나 격한 감정이 사건과는 아무 관계 없는 제3의 사람에게까지 전달되는 현상을「갑노을전」의 현상이라고 한단다.
이성을 잃은 감정을 브레이크 터진 자동차나 고삐 풀린 말(馬)과 비유한다.
인간 행동의 핸들이요 브레이크인 이성과 동떨어진 감정적 행동이야말로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질주한다.
그러기에 격정의 상태에서 일을 처리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 엉뚱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쓰라린 회한만이 남게 된다.
그와 반대로 유쾌한 감정은 직장 가정 사회에 기쁨과 즐거움을 줄 것이다. 책임이 중한 책임자일수록 그분의 무절한 감정이나 유쾌한 표정 하나하나가 끼치는 영향이 수하 사람들에게 그대로 반사될 것이다.
우리가 좀 더 감정을 조절하여「甲怒乙傳」이 아니라「甲喜乙傳」을 전달하려고 노력할 때 일상생활이 한결 가볍고 밝을 것이며 성인들도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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