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는 그리스도의 그것과 같아서 한없는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자애롭고 신비스런 힘이 있다. 어는 누구의 기원이던 지성스러우면 감천(感天)의 힘이 있다 하였으니 그 무엇보다 숭고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의 기도야말로 신비스러운 힘으로 역사한다 할 것이다. 인간이 「에덴」동산을 등진 후 생멸과 흥망의 역사를 거듭해 오면서 구원(久遠)한 사랑의 표상으로 그 빛남이 변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사람이 담긴 기도 때문이다.
어머니의 기도는 전장의 병사에게 용기와 평화를, 슬퍼할 때는 위안을, 외로울 때는 온정을, 좌절할 때는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었으며, 살인자가 칼을, 악인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타락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성자의 자리에 나아갈 수 있었던 기적도 어머니의 눈물어린 기도 때문이었다. 사랑의 기도는 용서함을 품은 것이니 그 으뜸은 당신을 십자가에 매달은, 어리석은 인간을 위해 용서와 구원을 기도했던 예수의 최후 기도이다.
1977년 여름은 내 생애 최악의 시기였는데 이제부터 어머니의 기도가 시련의 늪에서 허덕이는 내게 어떤 기적의 힘으로 역사했던가를 쓰고자 한다.
내가 장장 6년간의 지방근무를 면하고 전근해간 회사는 서울근교에 자리해 있었다. 객지에서 장기간 고생하면서도 좋은 업적을 냈다는 상으로 승진까지 해서 상경했으므로 가족들은 말할 수 없이 기뻐했고 친구들이나 친지들의 축하 또한 많았다. 진정 고진감래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상(日常)이 부임 초부터 나를 에워쌌다.
새 근무처인 B사는 8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 재벌그룹의 한 방계기업 이었는데 창업 이래 줄곧 만성적자에 찌들려 온 이른바 부실기업 이었다. 공장 어는 곳에건 활기라고는 없었으며 형편 나쁜 기업의 종업원이 항상 그러하듯 사원들은 의기소침한 채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식당은 대낮에도 어둠침침하고 불결했으므로 쥐가 들락거렸고 작업장에 붙은 화장실에선 쉴 새 없이 악취가 풍겨 나왔다. 몇 년씩 거짓말이 되어버린 임금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에 지친 종업원들은 불신과 실의에 가득차서 눈빛에는 적의가 번득이고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따라서 기간은 무너졌고 열의는 사라졌으므로 생산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제품상 하자는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실로 열악한 직업 환경 속에 그들은 내팽개쳐져 있었다.
나의 부임은 이렇게 사랑이 메말라 붙은 불신감이 팽배해있던 때에 이루어졌으므로 아무리 둘러보아도 어느 한사람 가슴을 열고 두 손 마주잡아 대화할 이웃은 없어보였다. 담배를 꼬나물고 목례조차 없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나쳐가는 종업원들을 볼 때마다 나의 가슴엔 불안하고 고독한 바람이 아프게 일곤 했다.
부임 초부터 미루어온 여러 가지 난제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몰려왔다. 임금은 당장 최소 30퍼센트는 올려야 했는데 그 타당성은 고사하고 재원도 없었거니와 모회사의 반대 또한 완강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그동안 흑자경영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으므로 축적된 이윤이 있을 리 만무해서 작업환경을 개선한다거나 복리후생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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