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지오 마리애 기사교육 수료배지를 즐겨달고 다녔다. 지난 2주전 우리 본당에서도 세계성체대회기념 배지가 접수되어 나는 레지오 배지를 달았던 곳에 성체대회 배지를 달고, 이 배지를 다는 것이 세계성체대회준비에 마음이라도 동참한다는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서울평화시장에 일이 있어 10여 군데의 점포를 들르게 되었다. 한 점포를 들렀는데 순간, 『아저씨 천주교 신자셔요? 저도 신자예요, 데레사라고 합니다. ○○동본당에 나갑니다』라고 아가씨가 말을 걸었다. 그래서 나도 『아! 그러세요, 반갑습니다』하고 말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는 우리들은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케 되었다.
그날 오후 약 5년간을 거래한 상회에서도, 『천주교 신자시네요』라고 묻길래 나는 시치미를 떼고 『뭘 보고 아십니까?』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배지를 가리키며 『이 배지를 모를 줄 압니까? 저는 구교우예요, 제 동생이 성직자이고 저는 마르꼬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인사가 오고가고 신앙생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그날의 모든 일이 모두 세계성체대회 기념배지의 효과였다.
저희 본당신부님께서 양쪽가슴에 두개의 배지를 달고 세계성체대회 기념배지 달기를 권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전 신자들이 모두 세계성체대회 배지를 달아 서로 한 형제자매임을 쉽게 알고, 서로 대화도 잘 이루어지고, 또 신자임을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옛날 우리선조들이 박해를 당하고 신자임을 숨기며 살아온 그분들께, 이 좋은 시기에 복음선포를 못하고 사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렇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느냐도 중요 하지만 그 복음의 덩굴이 어떻게 어우러지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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