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침에 딸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가던 길에 이상한 사내아이를 발견하였다.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런닝셔츠와 팬츠바람으로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팬츠는 고무줄이 헐구어 졌는지 줄줄 흘려내려 엉덩이가 다 보여도 추길생각도 하지 않고 뛰어가더니 그제서야 엉거주춤 팬츠를 끌어올린다. 팬츠엔 누렇게 변을 흘린 자국이 묻어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붙잡아 세우고 물었다. 『얘, 너 어디 사니?』
『……』
대여섯 번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직감적으로 이 아이가 우리 딸과 같은 증세의 자폐아임을 느꼈다.
간간이 TV나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자폐증이란, 유아정신질환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그 발병원인을 명확히 알아내지 못하고 치료법이나 수술요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치병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뇌기능의 이상으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딸아이가 두 살이 되었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이상한행동만하여 도무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만하여도 주위사람들은 늦되는 아이라고만 하지 이상증세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병원」특수교육기관을 전전하면서 우리 아이가 자폐아임을 알게 되었다.
뇌기능통합훈련, 언어훈련, 대소교육 운동, 쓰기, 그리기, 색칠하기 등 피눈물 나는 교육과 반복훈련을 시켰다.
딸아이는 센 고집과 충동적인 행동으로 찻길에도 뛰어들고 뒤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만 쏜살같이 전진하는 터라 집 잃어버리기를 수도 없이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꾸준히 교육시킨 결과 일반국민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학습도 이루어지고 전혀 희망이 없었던 사회성습득도 이루어졌다.
언어표현도 상당히 늘어나서 이제는 정확히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어느새 국민학교 오학년이 된 딸아이. 혼자서 하교길을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작년에 첫 영성체를 해서 주일미사 땐 꼭 성체를 영한다.
얼마 전 아파트 주민끼리 야유회를 가졌다. 차 안에서 딸아이에게 노래자랑을 시켰더니 신기하게 또렷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 밭에…』
박수갈채를 받고 환해지는 얼굴을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자폐아를 대하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고 학교에서의 거부나 냉대ㆍ무관심으로 부모들이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여 은폐하려하고 있으며 사회노출을 꺼려하는데도 문제가 있다.
점점 딸아이는 회복되어가고 있다. 우리 모든 자폐아들이 학교ㆍ일반사회에서나 부모들로부터 따뜻한 관심 속에서 자랄 수만 있다면 하느님께서 틀림없이 정상 회복시켜 주실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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