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포교생활 중에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동시에 예수님은 병신된 사람들도 고쳐 주시고 수천 명의 군중들을「배불리」먹이시기도 했다. 성서를 보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또는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를 남자만도 5천 명 또는 4천 명이나 되는 청중을 배불리 먹이셨다. 그러고도 남은 조각이 일곱 바구니나 열두 광주리가 되도록 하셨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보아 예수님은 영적(靈的)인 복음을 전하시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배고픔도 채워 주어 이른바 민생고를 해결해 주셨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예수님이 세우시고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웅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교부들이 이 빵의 기적을 성체성사의 전조라고 보는점도 의미가 깊다. 그것은 모든 이가 같은 음식을 같은 자리에서 나눠 먹는 천상의 양식이요 현실의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문제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 집에선 너무 포식하고 저 집에선 배가 고파 아우성이니 현실을 보는 눈도 상당히 달라졌다. 의식주(衣食住)에 위협을 받는 계층과 구름 위에 노니듯 삶을 향유하는 계층 사이에 이질적인 거리가 없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경화(硬化)된 조직체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교회 내에서도 이런 현상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현실을 보는 눈이 다른 게 아니라 기이하게도 숫제 정반대일 때가 많다. 그래서 콜롬비아의 까밀로ㆍ또레스 같은 신부는 이렇게 주장했다.『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며 헐벗은 자에게 옷을 줌으로써 대다수 사람들에게 복지를 안겨 줘야 한다…. 크리스찬적인 투쟁으로서만 이웃에 대한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별난 환경에 둘러쌓인 이질적인 인간으로 이상 지워질 수 있다. 때문에 천주 성자이신 예수님이 인간 사회에 들어오시듯 모든 이와 진정으로 한 형제 되고 한 가족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구름 아래서 눈비와 비바람과 서리를 함께맞으며「가장 비천한 자」들의 생활 감정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잠바 차림의 고위 성직자가 일반버스를 타고 변두리를 둘러본다는 소문이 놀라운 소문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