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이기는 해도 꼼꼼하거나 섬세하지 못해 자신이 늘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마음이 발랄했었다. 그런데 그렇던 내게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이를 몇 낳고 어려운 가정을 꾸려 나가자니 자연 꼼꼼해지지 않을 수 없고 이것저것 옴니암니 따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간이 일생 동안 몇 차례나 주기적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8년을 그 주기로 잡더라도 나는 벌써 4번은 변했을터이다. 물론 이것은 신체적인 세포 조직의 변화라 할 수 있겠지만 거기 따라 정신적으로도 변하는 것인가 보다.
전 같으면 나는 썩 잘 책을 펴지 않는 성미였다. 우선 마음이 갑갑하고 좀이 쑤셔 그러지 못했다 해도 책이라곤 가까이 하지 않으니까 그이가 예사로 핀잔을 했고 심지어 결혼 초에는 시어른께서까지 말씀이 계셨다. 공부하는 당신 아들을 내조하자면 그와 밸런스를 맞추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성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가? 우리가 결혼한 지 어느새 10년이 가까이 되어간다. 낮에는 직장에 나갔다가 밤에는 책상 앞에만 붙어 있는 그에게 나는 절로 동화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책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것은 커다란 변화라 할 수 있다. 아침에 그를, 그리고 큰애를 먹이고 챙기고 해서 직장으로 학교로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거리를 주물럭거려 줄에다 걸어 놓고 그리고 청소를 한바탕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두 아이의 치다꺼리와 함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손쉽게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제 제법 나도 책에 취미가 붙었다.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읽는 재미가 일종의 낙이다. 비로소 그의 생활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가간다. 그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어 주자는 마음까지 생긴다. 그의 학문이 성공하도록 독서를 부지런히 해서 미력이라도 보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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