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자연을 찾는 도시인들의 수가 느는 반면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들어 도시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 중에 있는 나라에서 공식처럼 나타나는 것을 보면 문명과 발전에로의 과정이요 자랑스러운 부산물인가 보다.
이 같은 기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새로움을 찾는 인간 본능에서 기인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에 자기 직업이나 환경을 만족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인 것을 부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게 마련이다. 단 오 리를 걷기가 싫어서 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 발이 부르트도록 땀을 흘리며 험준한 산을 오르는 일이라든지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서 버티던 사람이 오금다리를 하고 밤새워 가면서 희미한 불빛으로 낚시 찌를 응시하는 노고라든가 편안한 방을 두고 청승맞게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면서 고생하는 꼴이 어떻게 보면 미련하고 우습기도 하고 사치스런 시간과 정력의 낭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소위 문화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것은 온갖 조직과 업무에 얽매이고 복잡한 도시생활에 쪼들리다 보면 공기 좋고 탁 트인 조용한 산야가 그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언제 찾아가도 변함없이 그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도량이 있어 찾을수록 그 매력에 심취되고 친숙해진다.
친숙하여지면 질수록 격무와 속진에 때묵은 몸과 마음을 거미줄보다도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머리를 깨끗히 씻어주는 강장제요 청량제임을 절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농민들이 도시를 동경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뼛골이 쑤시도록 일을 해도 살기가 힘들고 앞날이 기대마저 없는데 도시는 자녀들의 교육문제도 문제려니와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편리하며 출세의 기회도 잡힐 수가 있으니 말이다.
거친 손발 까맣게 탄 피부보다 도시인들의 하얀 살결 맵시 있는 옷 세련된 몸짓 등이 부러워질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농촌과 도시의 격차가 심하니 망아지는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세상이 너무도 불공평하고 모순 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비록 생활이 안정된 사람이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적고 생활 조건이 편리한 대신 갖은 소음과 공해 복잡하고 탁한 환경에서 살아야만 되는 반면 농촌은 그 좋은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공평성이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지위 높은 사람들이 겪는 책임에 대한 중압감,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심, 직무 및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눈에 얽매여야 하는 부자유, 부자들이 높다란 담장도 부족하여 방법에 써야 하는 신경, 머리 좋고 재주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당하는 고통 등 알고 보면 권력이나 돈이 없어도 누구도 빼앗지 못하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농민이나 서민층이 도리어 행복할 때도 있는 것이다.
단종이 숙부 세조에게 밀려날 때『차라리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더라면』하던 탄식과「로마의 휴일」에서 그토록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위도 부귀영화보다 서민생활이 부러워 한밤중에 궁전을 뛰쳐나와 맨발로「로마」시내를 쏴다니던 앤 공주의 행동이 이를 대변하고 있지 않는가.
산마루 뜨락에서 중천에 뜬 달을 술잔에 담아 시를 읊던 이태백이며 고기야 잡히든 말든 낚싯대를 드리우고 며칠이고 앉아 자연과 밀어를 나누던 강태공, 해학과 풍자로 전국 산천을 누비던 방랑 시인 김삿갓 같은 분들의 낭만과 멋이 부러울 만도 한 것 같다.
이 세상에 절대 공평성은 없을 것이다. 굳이 있다면 누구나 당하여야 하는 죽음과 자연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 할까?
그러나 겉으로 부러운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당하는 고통과 번민, 가난하고 뛰어나지 못하지만 자연을 즐기고 마음의 평화를 간직하는 농민과 서민들… 생각해 보면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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