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시기에 접어든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한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행사가 되어서 이제는 그 의의마저 상실해 버리고 선배들의 책망이 무서워서, 또 남이 하니까 한다는 식의 봉사활동이 있는가 하면 방학 동안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심심풀이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그룹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러 해를 거듭한 봉사활동을 통해서 상당히 질서가 잡혀가는 느낌도 없지 않고 이젠 국가 정책도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도 대단히 많은 것 같다.
사실 봉사활동이란 우리 학생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학생은 결코 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학생은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써 성장해야 하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이고 특히 학교를 파하는 방학 동안 봉사해 봄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부모들은 이 점 특히 유의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학생은 첫째로 단체 생활을 생활로써 익히게 된다. 학생 시절부터 단체 생활을 체험해야만 사회 생활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 질서가 어떠니 사회 도덕이 어떠니 아무리 잘 알아도 그 질서와 도덕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체 생활이란 결코 각자가 제 욕심만 차리고 제 멋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욕심과 뜻을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으면 단체 생활은 불가능해지게 마련인데 이것을 젊었을 때부터 몸에 익히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이미 배우기에 늦어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의 병폐가 각자 너무 자기 욕심만을 부리려고 하는 데 있다면 단체 생활을 통해서 추진되는 봉사활동에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해야 할 줄 생각하는 바이다. 봉사활동이 둘째로 학생에게 유익한 것은 자연과 현실을 직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교과서를 통해서 배우는 자연과 현실은 어디까지나 선생이나 교수의 눈을 통해서 보는 그것이지만 봉사 현장에서 보는 그것은 자기가 직접 관찰하는 그것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서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말하자면 봉사활동을 통해서 학생은 남에게 들은 것을 자기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봉사활동은 학생에게 책임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학교 선생님의 지도와 가정의 부모님의 보호하에서 생활해온 학생이 이제는 자신을 이끌고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은 이러한 기회를 가지길 원하고 있으며 따라서 봉사활동에 느끼는 보람도 책임 수행을 완전히 했을 때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도 중요한 것이 봉사활동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부모들의 몰이해, 사회 지도자들의 무관심, 학생 당사자들의 무지한 소치로 봉사활동이 무의미하게, 그렇지 않으면 혼란을 겪고 그치는 수가 흔히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몇 가지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저 한다.
학생 봉사활동에는 반드시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핵가족 제도가 성행되자 자녀들을 독점하는 부모도 있다. 그래서 활동 기간에 생길 수 있는 사고가 두려워서 자녀들이 봉사활동 가는 것을 허락치 않는 부모도 있다. 도대체 자녀들을 언제까지 슬하에 붙들어 놓을 작정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봉사활동을 떠나게 될 때 거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도 교육비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지도자들, 특히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교회의 수도자와 성직자들은 이 봉사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어야겠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성공리에 끝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지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무질서하고 무의미한 활동이 되고 만다. 어떤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생 지도 수당을 지급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주어진 목적대로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사회 모든 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의 인간 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이 된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봉사활동의 계획과 준비에 앞서 봉사의 진의를 깨닫고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봉사가 일종의 외부 행사로써 그치지 말고 참된 인간 행위가 되도록 봉사에 임하는 정신 자세를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봉사활동에는 금전문제가 반드시 따르게 되며 이 자금 조달에 있어서 남에게 의지하는 방법을 주로 애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지양하고 자신들의 노력으로(저축이나 노동으로)일부를 하도록 충당해야 할 것이다.
봉사 자세에 대해서는 다음 사항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봉사를 통해 남에게 무엇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얻도록 노력하며 남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지녀야만 봉사활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1974년도 하기 봉사활동이 우리 학생 개개인에게 인간 성취의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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