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인에게 시집을 가다니? 더군다나 시골로…』걱정해 주시던 대모님의 말씀이 당시에는 귓가에 걸리지도 않은 채 땅에 떨어져 밟혀져 버렸다. 오직 그와의 사랑-결합된다는 기쁨뿐으로 우린 8년을 교제하다가 9년째 되는 해 성당에서 관면혼배를 올렸다. 외교인이 반 이상이나 식에 참석했지만 이구동성으로 엄숙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고 무신론자이신 시아버님까지도 거듭 말씀하셨다. 그토록 긴 사귐에서 그에게 영세를 강권하지 않았던 것은 결혼 후의 자신이 넘쳤던 때문이었다. 살림을 시작한 후 교회에 가는 걸 노골적으로 싫어하시는 시아버님과 외출을 극히 싫어하시는 시어머님 때문에 주일이면 옷을 갈아입고 몇 번이나 대문을 서성이다간 방으로 되돌아와 울곤 했는지 모른다.
허락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시장뿐. 커다란 집의 구석마다 방황하듯 더듬고 다니며 눈물만을 수없이 뿌렸다. 시집살이는 갈수록 빨간 고추보다 더 매웠고 그와의 대화는 단절된 상태였다. 주일을 아예 외면해 버린 뒤 몸은 야위고 반비례로 신경질만 살쪄갔다. 결혼 4년、부부동반 외출은 다섯 손가락에도 꼽지 못하였고 흔한 영화 구경 한 번을 가보지 못함이 서러워서가 아니다. 이렇게 변모해 버린 결혼생활이 안타까움을 넘어선 슬픔의 덩어리가 되어 가슴에 부딪쳐 온다. 인간에겐 만족이 없는 것. 대모님 당신의 말씀을 이제야 주워들었습니다. 남편에겐 부모님이 믿음이 었습니다. 내게도 용기가 필요하단 말입니다. 반발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성당에 갔습니다.
당당히 어깨를 펴고 말입니다. 아 관대한 얼굴들, 성모 마리아、주님 성사도 보았습니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생각하라는 신부님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제대 앞에 무릎 꿇고『주님! 나의 주님! 불러 주소서 그이를 당신 앞으로 보여 주소서 당신의 모습을 시어른들께 주일이면 모두가 나란히 제대에 앉을 수 있도록 주여 들어 주소서. 간절한 저의 바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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