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순간적인 실수로 인한 과실치사죄로 복역 중 지난 성탄 때 나로부터 세례를 받고 3월에 출감하여 광산에서 일하는 양 바오로 씨로부터 값진 선물을 받았다.
하찮은 책 한 권이지만『저는 신부님한테 처음으로 인간의 사랑을 받았고 그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제가 받은 첫 봉급이기에 작은 선물을 샀습니다』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출감 후 그에게『냉혹한 이 사회에 살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시련과 고통이 클 것이지만 그럴수록 굳은 마음으로 굳게굳게 사시오』하면서 적은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그 먼 강원도 삼척에서 찾아준 정성이 하도 고마와 나도 뭉클한 가슴과 뜨거운 눈시울로 즐겁게 받았다.
불현듯 빅톨 유고의 명작「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의 생각이 떠오른다.
자기의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들의 기쁜 일이나 슬픈 일에는 축하나 위로의 표시로 으레 선물을 한다. 선물은 마음의 꽃다발이요 사랑의 표현이며 축복의 상징이오 은혜에 대한 사례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선물은 본래 받는 측이나 주는 측의 부담이 없이 흐뭇하고 떳떳해야 되는데 받아서 불쾌하고 주는 데 짐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선물이 가져야 하는 순수성을 잃고 어떤 조건이 내포된 뇌물이거나 억지로 주고받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 많고 서로 도와 떡 하나라도 이웃들과 나눠 먹고 애경상사에 콩나물이라도 길러서 서로 돕는 흐뭇한 선물을 교환했는데 언제부터 선물이라면 값진 상품이어야 하고 뇌물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폐습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前 부통령 애그뉴씨 부인이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한국 고관 부인들이 그렇게 잘들 사는지 비싼 보석 반지들을 끼고 있는데 자기는 결혼 때 받은 반지가 너무 초라해서 손을 움추렸다는 글을 잡지에 실었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힌 일이 있다.
얼마나 신랄하고 가슴 아픈 일인가. 요즈음 어지간히 사는 분들의 약혼이나 결혼 반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다.
일생을 일심동체가 되어 살기로 굳게 약속하는 표시로 교환하는 신성한 반지가 몇 카라트 다이야냐에 따라 남편의 능력이나 사랑의 척도로 따지니 말이다. 비싼 반지를 끼고 있으면 밥맛이 절로 나고 남편에게 대한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보석의 가치 때문에 결혼 반지가 소중하다면 유사시에 쓸 수 있는 안전한 재보를 장만하는 슬기인지는 몰라도 아예 사랑이니 인격이니 따지기 이전에 남편을 물질적 가치로 다룬 것이고 혹평한다면 만약 헤어질 경우 최저 생활 대책은 마련하겠다는 못된 심리가 잠재하지나 않았는가 생각되기도 한다.
교회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구약시대 처자식 첫 곡식 첫 소득은 하느님께 감사의 선물로 성전에 바쳤다.
그런데 다른 데는 잘 쓰면서도 주님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초 한 자루 바칠 줄 모르고 주일날 주님께 드리는 연보가 너무 아까우니 과연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까.
영신의 어버이 영명을 축하한답시고 억지로 바치는 선물보다 할머니들이 허리춤에 꼭 싸가지고 와서 먹을 수 없도록 녹아버린 사탕 봉지를 받을 때 한결 고맙고 감격스러운 것이다.
선물은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기도나 희생으로 영적 선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물은 값과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꽃 한 송이나 기도 한 마디라도 그 안에 담긴 정성이 갸륵할 때 값진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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