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최석우 신부에 의해 20세기 초엽 한국의 국내외 정세를 상세히 기록한「빠리」외방전교회 신부들의 통신문이 공개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제에 본란에서는 우리 교회의 각종 문화재의 발굴과 그 보존책에 관해 몇 가지 언급코자 한다.
수 년 이래 민족의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범국민적인 운동은 마침내「문화재 관리국」과는 별도의「문화재 보호협회」란 하나의 순민간단체를 낳게 하였고 이래 그 단체는 국민들에게『우리 것을 알고 찾고 가꾸자』는 표어 아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화재 보호의 의의를 계몽하고 그 필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 문화재의 관리는 요컨대 그 발굴과 보존이란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사실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 마음도 있다는 성경 말씀과 같이 보물인 줄 알아야 찾을 마음도 생길 것이 뻔하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문화재에 대한 계몽이 긴급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므로「알고 찾고 가꾸기」는 바로 교회 문화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뿐더러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 문화재 중에서도 특히 순교자에 관한 것이라면 그들의 유적지 유물 유해 등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간 순교자 현양사업의 일환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찾아 정성껏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교회 문화재라면 비단 순교사적 가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요 더 나아가서 우리 교회 역사상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먼저 이 방면에 관한 우리의 시야를 확대시켜야 할 줄로 믿는다.
거기엔 건물도 있을 수 있고 평범한 서적도 끼어 있을 수 있다. 비록 한 장의 편지, 한 개의 돌뿌리일지라도 영광된 우리 교회 역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그 생명이 흐르고 있는 신앙의 증명이 드러나고, 신앙 선조들의 애탄과 유서가 서려 있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우리에겐 소중한 교회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돌이켜볼 때 우리는 우리들것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해온 것 같다. 더우기 통탄할 일은 우리 것을 아끼고 돌봐온 것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교회 문화재를 돌보고 가다듬는 것이 교회와 역사가 우리에게 부과한 사명임을 명심할 때 우리도 돌려받은 교회 유산에 대해서 自負心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공회 전 대전교구장이었던 러트 주교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문화를 아끼고 알리기에 힘써온 외국인 중의 한 분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는 마당에서 일반적으로 문화재에 대한 보호의식이 희박하다는 충고를 우리에게 남겼다. 그러나 요즈음의 외국인들보다는 벌써 1백여 년 전 우리의 불란서 선교사들은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고, 우리 교회의 문화재를 아끼고 외국에 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그들은 수많은 교회 문화재를 수집하여 보존해 왔고 마침내 문화재 보호에 대한 귀중한 교훈과 함께 그것을 우리에게 물려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 것에 대한 우리의 무식과 무관심은 그들로부터 물려 받은 것들마저도 고스란이 보호해 오지를 못하게 만들었다. 일례 소위「가백서」를 들 수 있다. 가백서란 조선 정부가 북경에 보고하기 위하여 황사영의 진짜 백서를 위조한 것이다. 그것은 국가적인 견지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화재이다. 그런데 이 가백서는 1931년 조선교구 설정 1백주년에 전시된 사실이 있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엔 찾아볼 길이 없다.
교회에도 많은 업적을 남긴 故 박병래 박사의 쾌거는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즉 일생 동안 사재를 털어 모아온 10억대의 애장품인 이조 백자 3백50점을 국립박물관에 선뜻 기증했다. 물건은 개인의 것이지만 그것을 구워낸 조상의 기술만은 만인이 함께 완상해야 할 것으로 늘 생각해온 때문에 만인 앞에 내놓은 것이라고 그의 기증의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그간 수집된 교회 문화재의 빈약성과 앞으로 수집하는 데 소요될 교회 재정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그것이 개인이든 단체이든 간에 교회 문화재의 소장가들이 차제에 박 박사의 쾌거를 따라주기를 감히 또한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그들의 소장품의 목록을 세간에 공개한다든가, 또는 만인이 감상할 수 있게끔 수서로 교회 박물관에 진렬을 허락하는 정도의 아량쯤은 보여야 할 것이다. 교회 문화재의 발굴과 그 보호책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천재지변이, 흐르는 세월이, 우리의 무관심과 관리 부족이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좀먹고 파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만이라도 우리는 건져야 하고 살려야 하고 그래서 영세무궁토록 남겨야 한다. 또한 그와 같은 일은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적극적인 기반과 조직 위에서 유기적인 체계 아래 유지들에 의해 자극되고 전문가들에 의해 지도되고 독지가들에 의하여 운영되지 않는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회 문화재를 알고 찾고 가꾸는 것은 결국 순교자를 현양하고 우리의 신심도 두텁게 하는 길인 동시에 교회의 역사적 헌의와 문화사적 가치를 밝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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