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28일부터 25일까지는「일치주간」이다. 이때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자들은 갈라진 형제들이 다시 하나가 되게 해주시길 주님께 특별히 기도한다. 사실 교회의 재일치는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치주간의 창시자인 꾸투리에 신부의 말씀대로 하느님이 원하실때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도로써 교회의 재일치를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일 것이다. 어쨌든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전후로 교회일치에 대한 양상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세계적으로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개신교와 가톨릭간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상호간의 관심과 존경과 대화가 생긴것만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서로 이단시하던 사이가 이제는 그래도 같은 그리스도를 믿고 같은 세례를 받으며 같은 정신으로 생활하고자 한다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게 되었다. 비록 제도적인 일치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라고는 하나 교회일치 운동은 그만큼 전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구나 1972년도는 세계적으로 보아서 교회일치에 많은 결실을 맺은해라고 할수 있다. 동방 희랍정교회 총 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가 서거하고 후임으로 교회일치 운동에 전력해오던 디미트리오스 1세가 피선되고 피선되고 성공회와는 성체성사에 대한 교의적합의를 이룩하고 이제 가장 난문제(難問題)라고 할수 있는 신품권에 대한 의견일치를 모색하고 있으며 또 일반적으로 비가톨릭 크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성체를 영해줄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그리고 로마와 세계교회 협의회 간의 상호교류가 더 깊어졌다. 지난번 화란에서 있었던 세계교회 협의회 총회에 교회일치국의 빌레브란츠 추기경이 직접 참석하여『이제 교회일치 운동은 할수도 안할수도 있는 그런것이 아니라 교회의 기본사명의 하나로서 신앙생활의 한 단면을 이룬다』고 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충실한 신자는 타교파 크리스찬들과 형제적인 사랑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비록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고는 하나 아직도 교회일치 운동이 피상적인 상태에 있고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그리스도교가 서양에서 도입된 것처럼 일치운동도 남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식이다. 아직도 이 운동이 우리생활 속에 파고들지 못한 느낌이다. 「일치주간」을 맞이한 우리는 또한번 교회일치 운동의 긴박성과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회 재일치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하나의 교회가 된다는 것을 말할것이다. 그런데 이 하나의 교회란 반드시 제도적으로 일치된 교회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상적인 교회일치는 제도적 일치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제도의 일치 이전에 정신의 일치 즉 사랑과 믿음과 희망의 정신, 봉사하고 희생하고 용서하는 정신, 평화와 정의를 갈망하는 정신으로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는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현금의 한국사회를 위한 그리스도교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가톨릭 신자나 개신교 신자는 모두가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더 깊게하는 것이다. 바로 이 신앙의 경지에서 서로가 이해하고 협조하고 사랑할수 있는것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모여서 노력해 본다고 했댔자 결과적으로는 인간적인 타협으로 끝나고 말것이다. 가톨릭 신자나 개신교 신자나 서로가 자기 신앙에 대해 충실하고자 한다면 서로 가까이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우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그리스도께 대한 이 신앙이 작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교회일치를 운운한다는 것이 시기상조같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은 신앙적으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코페르니쿠스는 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반대해서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고 그것을 만인에게 증명해서 인식시킨 사람이다. 우리도 천성적으로 그리스도를 우리 중심으로 돌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돌리는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을 해야 할것이다. 이것은 개인에 있어서나 단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교회도 그리스도 위주의 교회라야지 교회 위주의 교회가 된다면 이것도 모순이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는 본당왕국주의나 교구제국주의는 그리스도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수 있다. 따라서 교회일치 이전에 해야할 일은 이러한 주의(主義)를 말로뿐 아니라 생활과 행동으로 불식하는 것이다.
교회일치는 신앙의 부수적 사물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임을 차제에 다시한번 깨달아야 하겠고 분열은 인간의 소치이고 일치는 하느님의 은혜이니만큼「일치주간」에 하느님께서 이 일치의 은혜를 풍성히 내려 주시도록 많은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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