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표히 떠나 온걸요
믿었던 언약과 맹세를 휴지통에 던지고
상처입은 언어들은 도시에 묻고
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
세계지도에 한 점도 찍히지 못한
이 피안의 기슭에 이끼처럼 기어
올라던 전설의 바다에
환상의 돛을 달아 배를 띄웁니다
비늘달린 사투리
입술에서 떨어지고
썰물 뒤에 쌓이는 구각은
슬픈 추억의 무덤
갯벌의 그 싱싱한 죽음을
억센 해풍으로 울어줍니다
바람에 침식된 세월
그 세월따라
구름과 바다와 파도와
그리고 나와 함께 흘러가고요
섬도 표류하여
지평선 저 멀리로 밀려가는 불귀선(不歸船)
바위 틈의 한줌의 흙은
모진 생명의 보금자리
어부의 큰주먹엔 균열이 가고
오늘의 목숨을 거는 출항을 위해
청빈하고 圓熱한 안해의
그 만면한 미소는
모든 기구(祈求)를 이루어 줍니다
사랑하는 그대들
그대들 사랑이 진실하였으면
사랑은 질풍도 잠재우는 이적(異蹟)같은 것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노래를 들려주는
눈 먼 여신(女神)을 깨워주세요
선창가
뱃고동 소리
늘 마른 눈으로 이별하고
어느새 나는 무거운 실어증에 걸려
안부도 전하지 못합니다.
이 무한 무량 공간
낙엽이 떨어지고 간
그런 나의 무개
어쩔수 없이
닭과 돼지새끼와
비린 생선과 아우성치는 사람들과 함께
만선된 배로 실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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