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영혼의 묵은 때마저 씻어주는 듯한 낙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당신의 도구가 될 어린 사제지망생들을 기다리는 성당안의 성체 앞에 모여 구구절절 시편을 낭송하고, 사제로써 풀어 헤쳐 놓아야 할 지식을 쌓아 넣고자 강의실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신나게 공을 차며 운동장을 누벼 보고, 해지는 저녁엔 노을빛을 등에 받으며 분주히 하루를 마감할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며 동산과 교정을 짝지어 걸으며 목주의 기도를 바치고, 단정히 성호 긋고 잠을 청하는 신학교 생활.
그러기에 매년 성소주일을 맞으면, 신학교 교정의 돌 하나, 루 한포기의 정확한 위치까지 떠오르게 되고 낡은 식탁과 홈 패인 성당장궤들이 떠오르는 그래서 신학교는 어느 하나도 잊을 수없는 소중한 곳이고, 주님과 우리의 진한 호흡과 땀내가 물씬 담겨 있는 거룩한 곳이라고 자랑하고프다.
드러나게 성실히 잘 살아보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은 너무나 소중한 곳이라 어떤 의미에서 성소(聖所)라고 얘기하고플 정도이다. 그런데 매년 성소(聖召) 주일마다 이곳 신학교를 찾는 수많은 교우들과 신학교 당국은 왜 잠자는 침실, 식사하는 식당 등을 구경하고, 개방하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어린 시절엔 신부님은 화장실도 안 가시는 줄 알았지만-
그리고 대다수 본당 손님(?)들은 왜 소풍객, 향락객처럼 놀고 먹어대는 날로 이 거룩한 날, 거룩한 곳을 이미 없이 맞이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성소주일이면 의례 엄청난 오물을 정리해야 했던 우리였기에, 오죽하면 「성소주일」이 아닌 「청소주일」 이라고 불러야 했겠는가?
마치 성소주일은 어떻게 자고 어떻게 먹고 사는 사람인지를 보는 날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보다는 무엇을 위해 어떠한 내적 삶이 요구되는지를 보여주고 후세를 위한 후세의 사제로써의 희망을 제시해주는 개방의 날이 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신학교 당국도, 교우들 자신도 성소주일의 참뜻을 드러낼 수 있는 획기적인 외식전환이 필요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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