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몸에 좁쌀 같은 작은 혹이 생겨 진찰을 받으니 무서운 나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몇 번이나 죽으려고 자살기도를 했었지만 그렇게 죽는 것도 주님의 뜻이 아니었는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에는 천주님도 모르고 또 부모 형제 친척들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했었다. 당시에는 집안에 나병환자가 있다는 것은 큰 수치요, 형제들의 혼인길이 막힌다하여 부모님들께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게 하였던 것이었다. 그 후 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며 구걸을 해도 외모가 보기 흉하니 잘 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구박까지 받아야 했었다.
그러던 중 신부님의 고마우신 은혜로 지금의 마을에서 정착하게 되었고 세례를 받게 되었다. 이제 주님을 섬기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지금은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살아가고 있다. 나병은 가장 보기 흉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경멸스러운 눈총을 받아야 하고 또 누구나 꺼려하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통이나 병고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나에게 주어진 것이며, 또 주님을 섬기는 신자로서 주께서 주신 고통이려니 생각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기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어떤 외적인 것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을 닮았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외모가 다소 병이 들어 일그러지고 손과 발이 비록 제구실을 못하더라도 한사람의 인격은 참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들의 업신여기는 눈빛이나 꺼려하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움과 더불어 고통이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하기야 건강한 사람들은 행여 병이 옮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나병은 그렇게 쉽게 옮는 병이 아니라고 듣고 있다. 많은 형제자매님들이 나환우형제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시는 모든 은인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외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지닌 인간이나, 다소 지능이 모자라는 그 어떤 인간이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영을 닮은 인간은 참으로 존귀하고 누구나 마땅히 존경받아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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