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흥망
나는 에페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약 2천 년 전의 그 도시는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도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에 사용하던 도서관의 위용은 일을 딱 벌어지게 하였으며 길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모자이크는 세계 어느 도시의 길바닥이 그리도 아름다울까 하고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 2만5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원형 경기장르 비롯하여 초대형의 목욕탕, 지금도 관이 생생한 하수도 시설, 어느 하나 지금과 비교하여 뒤질 것이 없었다. 상점들이 있었던 거리엔 당시의 에페소가 얼마나 번창하였던가를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음 있었다.
당시만 해도 바다를 옆에 끼고 있어 활발한 무역의 중심지였었으나 지금은 지층이 솟구쳐서인지 바다는 저 멀리 까마득히 내다보였다. 그러던 에페소는 교회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 성모님께서 사시던 집이 있고 사도 요한의 무덤도 있다.
사도 요한은 그곳에서 그의 복음과 서한을 완성했다고 전해지며 파트모스섬에서 석방되어 돌아와 그곳에서 생의 최후를 마쳤다. 물론 바오로는 에페소에 있는 신자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는 흥미거리로 보인 돌판 하나가 있었다, 그 돌판은 약간 외진 길가에 있었는데 길 전체가 대리석이었으나 그 돌멩이엔 몇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가운데에 돈의 형상이 있고 왼쪽엔 심장, 오른쪽엔 여자의 나체그림이 있었고 밑에는 발자국이 선명하였다. 안내자의 설명은 이러하였다 『당시의 퇴폐한 상황을 여실히 증명하는 돌입니다. 「돈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예쁜 여자가 있으니 발자국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기만 하시오」라는 뜻입니다』.
나는 그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이탈리아의 폼페이를 연상하였다. 그곳에 갔을 때도 남아있던 벽화들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당시의 타락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폼페이의 멸망이나 그토록 화려했던 에페소라는 거대한 도시가 존재도 없이 사라진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성적인 타락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뿐이던가. 창세기 19장에는 소돔이 왜 멸망하는지 소상히 밝힌다. 그 또한 타락한 인간들이 자초한 멸망이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다.『소돔시민이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온통 몰려와 롯의 집을 둘러싸고 롯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오늘밤 네 집에 든 자들이 어디 있느냐? 그자들하고 재미를 좀 보게 끌어 내어라』. 당시의 처참한 시대상은 요즈음 AIDS라는 죄가 예사말로 들릴 수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한국의 상황
확인한 바는 아니나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중국인 여자와 정을 통하면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추방한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여행 오는 사람들 중 많은 이가 여자들 때문에 온다고 들었다. 그뿐이던가. 기지촌 주변의 가련하고 불쌍한 우리의 딸들은 그 처지가 어떠한가? 그런데도 정부나 사화나 종교는 『그저 그렇게 세상이 흘러가는 것이지』 하며 체념해버린 듯하다. 성적인 타락이 마음대로 가능하기에 민주주의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엇인가를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성의 타락의 결과를 앞서 서술하였다.
단호한 결단
나는 기회가 주어져서 몇 번이나 여러 나라를 가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인생에 큰 수확이었으며 그저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이고 한편 여러 형편으로 외국을 못 가본 사람들에게는 엎드려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본 바를 긍정적인 면으로 십분 발휘하게 하여 주신 은혜에 대한 보답을 많은 이에게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가본 여러 나라들 특히 서구사회는 성적인 자유주의가 사회를 온통 어둠으로 뒤덮고 있을 것이라고 과거엔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 나라엔 우리나라처럼 밤새도록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인 남녀가 어울려 춤추고 먹고 마시고 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언제고 먹고 마시고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지 않았다.
그들은 직장에서 퇴근하면 다방에 갈 일도 없다. 다방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들이 가는 곳은 가정이다. 오히려 그들의 생활은 건전하다고 느껴졌다.
우리의 사회는 각종 범죄가 끊일 날이 없었다. 크게는 정치인들의 부정과 부패로부터 비롯하여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물 쓰듯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허탈감에 빠져버리는 서민들의 함성이 있다. 젊은이들의 탈선과 범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으나 나는 성적인 타락을 첫째로 꼽는다. 술 먹고 타락할 수 있는 장소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가 사회에 충만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범죄는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지촌 주변을 장기적으로 정리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남의 나라 사람들의 노예처럼 돈에 팔려서는 안 된다. 소위 기생 관광회사들은 없어져야 한다. 우리의 귀한 딸들이 그렇게 천해져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일본의 여러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이 이룩한 경제발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까지는 좋으나 그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위탁적인 처세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고들 한다.
적어도 우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또한 종교인으로서 잘못되어 가고 있는 사회적인 병폐들을 과감히 없애버리려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에페소의 멸망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롤 오늘의 우리 이야기이기에 사회 각 계층이 힘을 다하여 형태를, 오늘이 땅에서 재현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에 시대정신을 새롭게 쇄신하는데 우리 신자들의 큰 힘이 동원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정부가 이런 일에 미지근하면 정부를 독려해야 하고 규탄해야 한다. 귀한 신분으로 자처하는 엘리트들이 이런 일에 끼어들어 있다면 그들에게 단호한 경고를 내려야 함은 교회의 임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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