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남천본당의 김종광 미카엘입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제가 사제성소의 길을 택하게 된 경위를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중에 하느님의 뜻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지는 못하는 부분도 여러분 나름대로 이해하시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윌 부산교구에는 1백9명의 신부님이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신부님들 모두 사제가 되신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경우 얼떨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분을 따라 사람낚는 어부가 되신 분들, 둘째로는 집안이 신자집안이라서, 즉 가정부의기로 인해 신부님 되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로,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얘는 커서 신부가 될 거야!』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아니야, 얘는 커서 주교가 될 거야!』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아니야, 얘는 커서 교황이 될 거야!』 하느님께서는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부르십니다. 신부님이 안 되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셋째 방법은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 불쌍한 사람, 소외된 사람, 버림받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게 되면 어떤 사람은 자선사업가나 유명한 회사사장, 혹은 대통령처럼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이 되어 그들을 돕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사람은 그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일생을 그분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고 생각하여 신부님이 되신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첫 번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학사님이 한분 계시는데 그 학사님께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학사님은 중학교 때까지 복사도 하고 레지오도 하면서 신부님이 그저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본당사무실에 들렀다가 사무장이 대부 추천을 하면서 『이 학생은 나중에 신부님이 될 사람이니 대부로 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한 것이 작은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동기로 우연한 기회에 그분이 만드신 「덫」에 걸린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친 몸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당 수녀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성소주일에 예비신학생들 중 몇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미카엘도 평소에 관심이 있었으니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시는 거였어요. 수녀님의 성의도 있고 해서 차마 바로 거절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하느님께서 저를 잡기 위해 마련하신 함정(?)일 줄이야….
평소에 신부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막연한 생각으로 성소라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크면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부님이 되기 위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었던 때, 수녀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한통의 전화가 우리들이 걸어가고자 하는 이 아름다운 꿈, 하지만 조금은 힘이 드는 이 길을 택하게 했습니다.
하느님은 참 묘하게 사람들을 엮어서 당신의 도구로 쓰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은 이미 어느 부분인가는 하느님께 잡혔다고 할 수 있겠죠.
평소에 예비신학생 모임이 어쩐지 대하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학교생활에 시달리는 것을 생각하면 빠지고 싶고, 가고 싶지 않은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제 생활을 하면서, 그것이 학교생활이든 신앙생활이든지 간에 성소에 대한 생각을 많은 부분 잊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생활이었습니다. 단지 어렵다는 이유, 힘이 들겠다는 생각, 학교공부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 문제를 덮어두려고 했지만 문제는 그 선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분의 손아귀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의 내부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더욱 열심히 살 것입니다. 그분과 사람을 나누면서, 그분의 사랑 안에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