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없이 잉태되신 평생 동정이신 천주의 모친 마리아는 지상 생활을 마친 다음 그 육신과 영혼이 천상 성광에로 올림을 받으셨다』
1950년 11월 1일에, 교황 삐오 12세께서 이와 같이 성모 몽소승천에 관한 신조를 결정했다. 구약에 예언되었던 동정녀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과 함께 공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그 육신이 영혼과 함께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것이다.
하느님이 행하신 이 기적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우리는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이는 오로지 성자의 모친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베풂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모는 하늘과 땅을 연결시키는 어머니의 모습으로서 우리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용기와 함께 승리로 치닫게 해주신다.
우리 교회는 이 성모승천의 날을 8월 15일로 정하고 매년 성대한 축일을 지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성모님의 승천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순결한 분이시기에 그와 같은 특전을 입게 하셨으니 성모님의 무염시태는 몽소승천과 함께 우리 교회의 대축일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우리 조국의 해방과 크게 관련되고 있다. 즉 무염시태 (제2차대전 발발의 날)와 몽소승천 (조국 광복과 독립 기념일)이 그와 같이 일치되어 있고, 우리나라에 성교회를 세울 때 주보를 성모님으로 모신 것도 모두가 주님의 뜻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우리 조국이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 아래서 성모님과 함께 호흡해오고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성모님의 눈물과 기도
그러나 현사회를 볼 때 너무나도 우리나라는 어지럽고 우리 교회 안에서도 많은 잡음과 어려움이 깔려 있어 성모님의 보살핌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짧은 소견에서 터무니 없는 넋두리가 나온다. 해마다 광복절을 맞이하는 민족의 마음에 분단된 조국의 아픔이 얼룩지듯이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는 교우들의 마음에는 조국의 아픔과 함께 우리 교회의 모습이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것과 먼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더욱 더 뼛속에 스며드는 아픔을 절감한다.
이 기쁜 축일에 이러한 아픔과 함께 성모님의 눈물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1953년 8월 29일에서부터 9월 1일까지 4일 간에 걸쳐 남부 이탈리아 치칠리섬의「씰라크더」시에 있는 어느 가난한 젊은 부부의 집에 모셔놓은 성모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일이 있었다.
그때 수천 명의 사람이 목격했으며 교회 당국과 과학자들에 의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이것은 물도 아니고 칼슘의 용액도 아닌 순전한 사람의 눈물임을 남부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공식 발표한 기적이다.
그 주교회의의 공식 발표문 중에『우리는 성모상에서 인간의 눈물이 기적적으로 흐른 것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 눈물을 현대 세계에 대한 하느님의 경고로써 받아들인다』는 귀절이 있다. 사실「씰라크더」에서는「루르드」나「파띠마」에서처럼 우리에 대한 경고의 말씀은 없었다.
그 대신 눈물을 흘려 죄 많은 세상에 대한 성모님의 슬픈 마음을 드러내시고 부정과 부패 하느님의 모상의 인간이 무참히도 짓밟히는 현실을 보시고 이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와 교회에 대한 인자하신 어머니의 가슴 아픈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인자하신 성모님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우리 교회의 암담한 불일치의 모습을 보시고 슬픈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시고 계시는 것만 같으며 더 이상 회개하지 않을 때 머지않아 하느님의 진노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경고로서 눈물을 흘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도 기도가 부족하다.
이 어려운 교회의 아픔에 처해 있으면서도 우리는 너무나도 기도를 잃고 있다.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에 임하여 우리는 우리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감옥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목자를 위해 그리고 또한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간절한 기도를 바쳐야 하겠다.
순교자의 어머니! 우리 신앙의 어머니! 시련을 받고 있는 한국의 교회를 위해 빌어주시며 모든 사제들을 따라 순교할 수 있는 용기와 뜨거운 사랑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를 감싸주시옵고 당신께 의탁하는 영혼이나 나라가 결코 멸망하는 일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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