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저명인사가 옥고를 치루고 출옥했다. 마중 나간 제자가『선생님, 감옥에서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고 물었다. 그러자 그 저명인사는『그럼 너는 바깥에서 호강을 했니?』하고 반문하더란다.「어려운 시기」로 표현되는 때일수록 옥중에 있거나 바깥 세상에 있거나 괴로움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스승이 옥중에 있는데 제자가 호강을 누릴 수 없듯이 교회의 기초이신 주교가 갇혀 있는데 동료주교나 신부나 수녀나 신자들이 편안할 수가 없다. 사도행전 12장에는『베드로는 감옥에 갇혀 있고 온 교회는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 교회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교회는 옥중의 지 주교와 고통을 함께 나누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요며칠간 노염이 기승을 부리자 신자들 사이에서 지 주교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많아졌다. 나이도 나이지만 지 주교는 오래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獄이란 글자를 뜯어보면 돼지와 개 (犬)가 말(言)을 하는 곳이란 뜻이 된다. 지 주교는 옥자가 표의하는 그런 분위기와 독특한 냄새 속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투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 기막히는 일은「주교님」대신에「○○○번」으로 호칭되는 수모일 것이다. ▲지 주교가 왜 이런 고통과 수모를 스스로 자초하다시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지 주교는 정권욕과는 아예 담을 쌓은 성직자로서 주교의 지위에 올라 있고 세계적인 명성도 있다. 의식주는 종신토록 보장돼 있다고 볼 수 있고 주교 전용의 승용차도 있다. 그렇다고 교구장 자리를 탐내는 사람도 있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소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이 정도의 위치에 이르면『부조리는 어느 사회에나 있는 것』이라면서 이 세상을 낙원으로 착각해 버리는 인간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지 주교는 지금 과거에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고난을 겪으며 하느님의 불가해한 뜻에 겸손되이 순명하고 있다. 마치 고난의 기구인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도리어 하느님의 자비의 증표가 되고 부활의 전조이듯이 지 주교는 당신의 십자가도 그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지 주교의 고통이 우리 모두의 구원의 증표되고 그를 성장케 하는 생명의 힘이 되길 기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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