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가톨릭이 들어온 것은 18세기 말이다. 들어올 초기부터 우리 교회는 세계 어느 나라의 경우와도 비기지 못할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개 평신자의 손으로 진리의 복음이 전래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수난의 일로를 걸어왔다.
수차에 걸친 박해로 미처 다져지지도 않은 한국 교회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마저 빼앗겨 36년 간이란 장구한 시간을 학대와 고통 속에서 겨우 목숨만을 유지해 왔다.
지금 우리는 일제 때 한국 교회가 얼마나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었던가를 새삼 느껴본다. 천황을 하느님보다 높다고 말하지 않는 신자들을 붙들어 갖은 고문과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혔으며 심지어는 고백소까지 순사를 배치시켜 한국 교회를 송두리채 뽑아버릴 심사였다. 그러나 그 박해 속에서도 교회는 날로 번창해 왔다. 실로 순교자의 피는 크리스찬의 씨앗이 되는 연고다. 해방을 맞아 겨우 숨을 쉬기 시작한 한국 교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상륙과 더불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본연의 생기를 찾은 셈이다.
해방 직후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물공산주의는『종교는 아편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가톨릭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가톨릭이 전래되고 오늘날까지 그 무수한 박해 속에서도 힘차게 전진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가톨릭이 오늘날 큰 어려움을 안은 채 고민하고 있다. 이조시대에는 천주교는 선조를 모시지 않는 오랑캐국의 사교라 했고 일제 때는 황실을 모욕하는 무리들이라 했고 공산주의자들은 아편이라 했다.
그럼 오늘 헌정이 수립되고 신교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사실 자유를 누리는 한국 교회는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가? 복음 전파사업에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성무 집행에 장애를 받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정부나 일반 국민들은 가톨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가톨릭이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는 현실 사회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어떤 사람은 량심에 심한 고통을 느끼고 심지어는 영어의 몸이 되는 것도 부사했다. 인간은 누구나 그래야겠지만 특히 성직자는 양심의 확신이 선다면 생명까지도 바칠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양심의 자유를 위해 몸이 불자유한 곳에 처했다 하더라도 영어의 몸이 고통스런 생활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 처해 있는 우리는 우선 고통받고 있는 분이 하루 빨리 마음의 평화와 자유의 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 고통 중에 처해 있는 교회 자체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교회가 하루 빨리 빛과 소금의 본연의 자세를 찾아 허위와 부의의 현세에서 진리의 표본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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