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신문 지상이나 라디오 텔레비전은 물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에 흔히들「기적적」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예를 들면『고층 빌딩에서 아무개가 실족하여 떨어졌는데 크게 다친 데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느니『버스가 낭떠러지에서 추락했는데 엄마 품에 안긴 젖먹이가 죽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았다』느니 또는 산업 시설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온 결과를 보고야『야-그것 참 기적이야,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인데…』하는 가하면 심지어 운동 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까지도 아슬아슬한 장면이 전개되면『기적적인 홈인이었습니다』
『Y 선수의 오늘의 승리는 참으로 기적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등으로 오늘날 사회에 기적은 참으로 흔하고 또 어느 한 사람의 인위적인 말 한 마디에 의해서「기적」이라는 말은 남용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 인간들은 참으로 기적에 목 말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급진적으로 변천되어가는 과학 문명의 와류 속에서 사실상 정신적인 사고의 생활 면에서는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한 나날이 계속되기 때문에 어떤 경이적인 찰라적 스릴을 맛보고 싶어하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적이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사람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라고 나와 있지만 우리 가톨릭의 교의적인 면에서 볼 때 기적이란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없는 일이 하느님의 힘으로 이루어 지는 예외적인 사실』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어느 곳에서 기적이 났다 해서 그것을 무작정 기적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고 과연 그것이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힘에 의한 것인가를 교황청 예부성성에서 면밀히 조사한 연후에 그 기적의 진ㆍ부를 판명하게 된다.
그러면 어떠한 것이 기적인가를 쉽게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께서 직접 행하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마르꼬복음 3장 10절에 보면『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예수를 만지려고 밀려 들었다』하신 것을 봐도 예수께서 얼마나 많은 기적을 행하셨는가 알 수 있으며 예수님의 기적 중엔 첫째로 병의 치료, 둘째 마귀를 내쫓았으며 셋째 죽은 자를 부활시키고 넷째 자연계를 다스린 것 등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사실들은 오늘의 과학만능시대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살렸다거나 귀머거리 벙어리를 고쳤다는 것은 더더욱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 글의 서두에 예거한 것과 같은 조그마한 화재거리의 사건들이 우리들에게 쇼킹하고 기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참으로 놀랄 만한 마술사의 힘이나 유인 아폴로의 월세계 착륙 등도 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니 참으로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밀떡과 포도주가 신비로운 성사 안에 예수님의 피와 살로 변화되는 기적을 우리는 항상 실감해야 한다.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엄연한 기적의 변화를 인식치 못하고 그저 맹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바라건대 우리만이라도 세속적인 쇼킹한 감정에 사로잡혀 기적 운운하는 일은 없어져야겠다. 또한 기도와 생활이 일치되지 않는 자기 나름대로의 기도를 함으로써 기적과 같은 것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길 바라지 말고 좀 더 냉철한 판단으로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과 사랑을 잊지 말아야겠다.
독자 논단은 애독자 여러분의 란입니다. 교회 내의 건설적인 제안이면 무엇이든 좋습비다. 2백 자 원고지 5매 정도. 채택된 분에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우송해 드립니다.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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