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야, 윤자야. 5월은 참으로 푸르구나. 「한담」 을 나누는 일요일의 오월은 더욱 푸르고.
이양하의 「신록 예찬」 이 절로 떠오르는 이 싱그러운 계절, 뛰노는 아이들의 눈빛처럼 상쾌한 오월은 과연 「계절의 여왕」 답구나.
왠지 에덴동산이 늘 푸른 오월아였을 것 같지 않니?「봄 처녀 제 오시는」 마루덕을 넘어선 오월,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와」 즐거이 노래하는 오월, 「강남 갔던 제비 도아와」 즐거이 노래하는 오월, 문득 쳐든 눈에 담기는 연푸른 하늘이며….
그럼에도 우리 마음이 제비처럼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웬일인지? 아이들처럼 마음껏 「봄놀지 않는 것」은 웬일이지?
웃음을 잃은 친구의 우울증 때문일까. 불시에 아들을 잃은 친구의 슬픔 때문일까?
아니면 이마에 띠를 두르고 푸른 가로수를 누비며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행렬 때문일까?
혹은 숨 가빴던 일이삼사월의 겹친 피로 때문 일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잇달아 행사가 짓누르는 무게 때문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애초에 우리조상이 에덴동산을 쫓겨나고부터 이 찬란한 오월을 만끽할 능력을 상실한 걸까.
그렇다면 그게 서러우면 우리 어서 저 아들처럼 제비처럼 되자꾸나.
겹겹이 낀 삶의 때를 저 푸른 하늘에 씻자꾸나.
그래서 「하늘을 우러러 한줌 부끄럼 없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아들을 십자가에 잃고도 의연했던 성모의 삶을 닮아보면 어떻겠니.
순영아 정자야 푸른 오월은 우리를 부른다. 늘 푸른 에덴동산으로.
온갖 찌끼를 말끔히 비워내고 달려가자 푸른 오월이 손짓하는 곳으로. 그곳에서 우리를 반겨 맞을 분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거든. 그곳에서 우리가 받을 위로가 어떤 건지를 알고 싶거든.
오월은 과연 푸르구나 영희야 영자야.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서울 고덕동본당 주임 홍문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 부터는 외화번역가 민병숙씨(엘리사벳·월곡동본당)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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