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정말 계실까?」
이 제목을 붙인 까닭은 항상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는 이 말을 증명할 만큼 충분한 지식이 들어있지 않다. 성당에서 교리 선생님도 이 질문을 하신다. 하지만 또렷하고 명확하게 대답하는 아이는 없다.
이 문제는 성당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궁금해 하던 것이었다.
나는 국민학교 2학년 때 성당에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다. 가기 싫은 것을 억지로 어느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그 대는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돌아가곤 하였다. 성당에 가면 끊임없이 듣는 말이 하느님이라는 말이다.
「정말 하느님은 계실까?」 하는 의문이 이때부터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흥미있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미사시간에는 텔레비전프로 생각, 옆 친구와의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하지만 성당은 빠지지 않고 꼬박 꼬박 다녔다.
드디어 내가 3학년이 되어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은 기쁨이 철철 넘쳐흘렀지만 나는 그 애들이 왜 기뻐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무 뜻 없이 성당을 계속 다니니 이제는 성당에 가기가 싫었다. 하느님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당을 다니다가 안 다니면 벌을 받는다고 해서 나는 억지로 다니게 되었다.
나는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꾸 악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친구들이 나한테 「성당이 무엇하는 곳이냐」 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하느님을 믿는 곳이라고 말할 뿐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세월은 흘러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날은 밖에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날이었다. 나는 성당에 가지 않으려고 집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배가 몹시 아프기 시작하였다.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것이 하느님이 내리는 벌이 아닌가 싶어 성당으로 갔다. 성당에는 벌써 미사가 시작된 지 오래였다.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기도를 하였다.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배가 아프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하느님이란 분은 있는가 보다』 는 생각이 들어 착한 아이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고 기도도 열심히 하였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무척 애를 썼다. 나는 이제야 내가 자신만만한 신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였다.
어느 날 친구가 나한테 『너 성당 왜 다니니?』 라고 물어서 나는 『하느님말씀 들으려고 간다』 고 했더니 『너 하느님이 있다는 증거 대봐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질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았지만 답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다. 나는 그제야 얼마나 내가 하느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나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나는 그 뒤부터 교리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경책도 더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믿는다. 아주 굳게. 하느님은 우리 곁에 항상 계신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처럼 나는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면서 우리가 옆으로 새지 않나, 혹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리를 항상 걱정해 주신다.
우리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제일 먼저 찾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기쁠 때 찾는 사람은 누구인가.
역시 나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일에서 벗어나면 하느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하느님이 우리를 생각하는 만큼 우리가 하느님을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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