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당에 다니게된 것은 1986년 우리 엄마가 교리반에 다니면서 부터였다. 엄마의 영세와 함께 나와 동생도 같이 유아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생일에 맞춰 나의 본명은 「루까」, 동생은 「루치오」 였다. 세례를 받고 어린이 미사 1시간 전에 받는 주일학교 교리반에 꾸준히 갔다. 어느 날 선생님은 『루까 루치오, 출석률이 참좋아. 지각도 한 번 없고. 계속 열심히 나와라』 하시며 칭찬하셨다
유치원 때부터 토요일이면 성당에 가는 것이 좋았다. 처음엔 TV때문에 가지 않으려고 흥얼흥얼 짜다가 엄마는 물론 아빠에게서도 꾸중을 많이 들었다.
내가 대구 송현성당에 다녔을땐 정확히 토요일 오후 2시40분까지 가면 주는 「은총의 티켓」 이 몇 달 모여 열다섯 장이 넘을 정도였다. 그래서 은총시장이 열리는 날엔 그 티켓으로 스케치북도 사고 십자고상도 사고 지우개도 샀다.
그러나 솔직이 말하면 두 살 아래인 내 동생은 나보다 훨씬 기도를 잘한다.
「주의기도」 는 물론 「식사전기도」 를 다 외우고 성가책에 나오는 「사랑의 신비」 성가도 잘 부른다. 여섯살인 동생은 요즘 유치원에 간다. 밥 먹을 때마다 성호를 긋고 밥 먹는 동생이 참 부럽다.
나는 동생만큼 열심하지 못하다. 엄마가 『성호를 긋고 먹어야지』 하고 말하기 전엔 스스로 하는 날이 많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열심히 기도하겠다.
2월4일 우리는 아빠의 전근으로 이곳 울진성당으로 옮겼고 울진국민학교에 입학하였다. 이곳에 오니 성당신부님이 외국신부님이고 신부님이 참 무서웠다. 우리나라 말이 이상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예수님을 만나러 친구랑 성당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성당학교를 졸업한 아빠는 할머니를 성당에 나가시게 하라고 늘 엄마에게 말씀하셨다. 성당에 다니지 않는 할머니집에 가도 동생은 밥먹을 땐 꼭꼭 『성부와 성자와…』를 하고 식당에서도 꼭 성호를 긋고 먹었다. 누가 본다고 내가 꼬집어도 동생은 『왜 그래』 하면서 끝까지 기도하곤 한다.
어느 날 할머니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성당에 가요. 참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우리는 불교를 믿어야 돼』 하셨고, 할머니는 『시장장사로 바쁘기 때문에 이 다음에 꼭 성당에 가고 싶다』 고 하셨다.
그런 할아버지 앞에서 동생은 더 하느님 얘기를 하며 「부자가 못가는 나라 하느님 나라」 그런 노래를 계속하니까 옆방에서 듣던 아빠가 『너희들 엄마보다 더 복음을 잘 전하는구나』 하며 웃으셨다.
동생은 길을 가다가 돈100원을 주워도 『하느님 덕분에 주웠다』 며 좋아한다. 또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하느님께 벌 받아 넘어졌다』 고 한다. 내 동생은 정말 착하고 귀엽다. 동생과 자주 싸우지만 토요일엔 교리와 어린이미사에 꼭 손잡고 같이 걸어간다. 그래서 성당 갔다왔다는 주일학교 출석카드에 도장을 받아 아빠 엄마께 보이면 좋아하신다. 앞으로 나는 아빠 엄마의 기대에 맞게 열심히 공부하며 하느님과 함께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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