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대<명상의 집> 하면 우리들에게 퍽이나 귀에 익은 이름이다. 그만큼 낯설지 않고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제적 항구 도시요 해외로의 출입에 있어 관문이나 다름없는 부산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도무지 도시의 공해나 오염에 물들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우람우람한 산봉들을 날개처럼 좌우에 달고 맑고 시원스런 호수를 낀 그야말로 산자수명한 고장이라 그 풍치도 그만이거니와 공기 또한 신선하기 이를 데 없어 거기 숲 속에「명상의 집」이 있을 법도 했다. 누가 그 자리를 선택했는지 모르나 봄과 가을은 꽃과 단풍으로 무르익어 온통 골짜기가 불타오를 것이며 겨울은 겨울대로의 운치가 따로 있겠는데 우리가 찾아가는 여름산은 별로 더위를 모르고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맞은 편에 서 있는 얼른 보기엔 꼭 학교 같아 보이는 하얀 건물은 학교가 아니라 범죄 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는 소년원이었다. 우리가 저녁 때마다 산책을 나가곤 하여 바람을 쏘이고 경치를 감상하던 호수는 원래 유원지로서 관광객들이 들끓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2백만 부산 시민들의 젖줄을 이어주는 상수도의 수원지란다. 그래서인지 항도 부산을 기르는 모태와도 같은 호숫가에는 지금도 유흥가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어 옛 모습을 추측케 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것은 천연호로서 경부선 연변의 물금에서 낙동강을 자아올려 모자라는 물을 보충하고 있단다. 아무튼 그 호수는 좌우전후로 산을 낀 채 구비돌아온 골짜기를 다 차지해 버린 작지 않은 면적이다. 내 짐작으론 그 물만 충분히 양수하여 활용한다면 부산 시민들의 식수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그곳의 지명이<오륜대>라는 것에 대해 그냥 흘려버릴 무의미한 이름은 결코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내가 풍수지리설을 알거나 지명 감정을할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엔 신선들이나 놀았을 듯한 이곳이 어떻게 오륜대가 되었을까? 추측컨대 인간 세계에 있어 오륜(五倫)의 중요성을 강조하자는 데서 생긴 도교에다 유교의 사상을 융화시키려는 교화적인 의도에서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신화나 전설은 흔히 교화적 요소를 띠고 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그 오륜대가 이번에 우리 종교 담당 교사 연수회를 계기로 지명 아닌 학교 이름으로 잠시 명칭 변경을 했던 사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물론 프린트를 담당했던 사람의 오기였기는 하지만 웃지도 못할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가톨릭계 각 중등학교에 종교 담당교사 연수회 개최를 알리는 교장회의(가톨릭 중등학교) 공문서에서 발단했는데 <오륜대>가<오륜대학>으로 승격(?)해 버린 것이다. 그때문에 초행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안 입었던 것은 아니나 우리들 중에 더러는 그냥<오륜대>라기보다 차라리<오륜대학>이 더 뜻 깊지 않는냐 했다. 이번 우리들의 연수회는 <오륜대>에서 가졌다느니보다 <오륜대학>에서 했다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만큼 무척 값진 것이었고 또한 의의 있는 알찬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내용 면에서도 그랬지만 그 주제 또한 아무 데서나 배울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가 아니고서는 썩 잘 얻어 듣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두 분 강사님인 서 신부님이나 정 신부님 같은 분을 어디서 쉽게 모셔올 것인가? 그래서 나는 이제 명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같은 값이면<오륜대학>에서 강의를 듣자는 의견이다. 이것은 나의 진심이다. 결코 비꼬는 말도 비방도 아닌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五倫大學>이기보다 <五輪大學>이 되어 순차적으로 아주 넓은 분야에 걸쳐 종교 담당 교사의 자질을 향상시켜 주었으면 한다. <명상의 집>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생각하게 하지 말고 밝은 눈으로 사물을 올바르게 가름할 수 있는 명상의 계기가 될 수 있게 이번 같은 알찬 연수회를 계속해서 열어줄 것을 삼가 교장회의에 건의하는 바이다. 끝으로 이번 연수회에 노고해 주신 여러 어른들께 그리고 성원해 주신 각계의 유지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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