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가톨릭 대학생회 행사의 하나로 등산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만원버스라 콩나물 신세인데 앞자리에 앉은 40대 부인 다섯 명의 오가는 말이 기차다.
『얘 네-남편 요즈음은 괜찮니』
『말 마라. 제 버릇 개 주니』
『그래 너두 바보지 네 남편이 그런데 너만 병신 같이 그러지 말고 젊어서 재미나 보고 노는 거야』
『글쎄…아이 속상해』
옆에 있던 학생들 보기가 민망스럽다.
우리는 부슬비를 맞아가며 계룡산 정상에 올라갔다. 잠깐 쉬고 미사를 드리려는데 새까만 먹구름과 함께 소나기가 세차가 퍼붓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미사는 돌아가서 지내기로 하고 빗물에 밥을 말아 먹다시피 중식을 했다.
옷 속까지 흠뻑 젖었고 물 속에 빠진 생쥐처럼 오돌오돌 떨면서도 즐거운 식사였다. 그 줄기찬 빗발 속에서도 젊은이들답게 여흥을 즐겼다.
맑은 날씨에 젊음을 발산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어도 우중에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후회 없이 즐기고 돌아오는 버스를 다시 탔다.
그런데 먼저 그 부인들이 앞자리를 전세 낸 양 고성방가와 난무 그리고 술이 거나하게 취한 남자들과 함께 붙들고 비틀거리면서 춤추고 떠드는 꼴을 손님들이 차마 볼 수 없는지 고개를 젖는다.
옆에 있던 여학생들은 창피한 듯 아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끔 유원지나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너무하다. 술김에 자기들이 사는 동 (동 이름과 아이들 이름까지 대면서 소란을 피우니 남편의 친구들이나 자식 친구들이 본다면 어떨까 아찔해진다.
그들의 말대로 바보가 되기 싫어서 늙기 전에 젊음을 만끽하기 위해서 멋있게 놀아대는 소행이요 심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젊음의 구사나 젊음의 약동이 그렇게 날뛴다 해서 또는 통바지에 통키타를 퉁기며 고고를 춘다 해서 혹은 씩씩하고 늠름한 몸매나 아리따운 자태만 가졌다 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젊음이란 육체적 건강과 왕성한 활동성뿐만 아니라 어떠한 역경과도 싸워 나갈 수 있는 굳건한 정신력과 활동력을 갖추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젊으면서도 늘 점잖만 빼고 일에 대한 의욕이나 실천이 없는「애늙은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많아도 언제나 불굴의 투지와 의욕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늘젊은이」가 있다. 세계를 지도하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나이가 젊어서보다도 뉴푸론티어리즘의 기치 아래 젊음을 실천하였기 때문에 많은 일을 했고 존경을 받지 않았는가.
그의 젊음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신념과 결단력과 활기에 찬 개척자다운 용기와 실천이었다. 이성을 잃고 건강한 육체를 방종하는 것이 젊음이 아니라 아무리 거칠고 험난한 일들이 밀어닥칠지라도 그것들을 쳐부수고 힘차게 일어서는 개척자적인 슬기와 투지로 늘 새로움을 창조하는 행위가 바로 젊음일 것이다. 그러므로 젊음은 연령이나 육체적인 것이기보다는 정신적인 것이며 그 육체와 정신의 에네르기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때 즉 참다운 젊음이 많을 때 교회와 사회는 한결 젊어지고 건전해지리라 생각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