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三不信으로 女不信 老不信 秋不信을 든다. 女나 老나 秋나 모두가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변하는데 상통하는 점이 있어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다. 女에 대한 불신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로 이어지는 명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老에 대한 불신은 사람이 늙으면 언제 세상을 떠날지 장래를 장담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秋에 대한 불신은 가을철이 되면 그렇게도 싱싱하고 푸르던 초목이 하룻밤 찬 서리에 그만 축축 늘어져 버리는 자연현상 때문일까? 그보다는 최근에 경험한 갑짝스런 기상 변화에서 秋不信을 실감할 수 있다. 여름이 물러가면서 입추가 지나고 처서까지 지나서야 예기치 못했던 집중 폭우가 쏟아졌으니 말이다. ▲女에 대한 불신은 그런 대로 낭만이 깃들 수가 있다. 老불신은 인생의 무상함과 죽음의 의미를 묵상케 해 준다. 秋도 초목을 쇠진케 하는 의미에선 老와 통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秋불신은 역시 급격한 기상변화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가을철의 날씨 변화를 특별히 조심하라는 조상들의 경고 말씀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선 낭만과 경고의 뜻이 숨은 三不信을 얘기하는 사람조차 없다. 모두모두 불신이니 특별히 무엇을 두고 불신이니 어쩌니 할 수 없게 되어 그럴 것이다. ▲우리 사회를 흔히 불신사회라고 규정 짓는다. 그리고 그 불신풍조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이 같은 불신풍조는 책임 있는 자들의 엄청나는 거짓말들을 배우고 써먹는 우위모방 이사회의 하부 구조에까지 크게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불신풍조는 개인주의를 유발시키고 폭 넓은 사랑을 고갈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불신의 원인을 탓할 여유가 없다. ▲믿을 수 없는 날씨 안심할 수 없는 기상 변화 때문에 지금 영산강과 탐진강 유역의 많은 동포들이 큰 재난을 당하고 있다. 해마다 연중 행사로 치르는 물 관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엄청나다. 수해 대책이 소홀했다고 당국을 질책할 겨를도 없다.
모두가 동포애와 형제애로써 수재민 구호와 피해 복구작업 나서야 할 때다. 구호활동에까지 불신이 스며들어서는 안 된다. 수마(水魔)와 함께 불신도 떠내려 보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