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는 17일 서독정부에서 보내온 수해복구 자금 3억2천만원을 강원도에 기탁했다』는 19일자 중앙지C일보7면 1단기사가 크게 눈길을 모았다. 이 기사를 본 독자들은 지주교 한사람이 마련한 수해복구 자금이 엄청난데 우선 놀랐을 것이고 한편 각종 매스콤의 인색하고 성의없는 보도에 다시한번 놀랐을것이다. ▲지난 여름 수해가 휩쓴 강원도 일대를 둘러본 지 주교는 각각 외국에다 수해상황을 알려 도움을 요청한 후 10월20일에 자금 모집차 출국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령 선포로 이 계획은 좌절의 위험을 내포한채 무기 연기되고 말았었다. 그러던 중 11월29일에야 출국할수 있었던 지 주교는 20일 남짓「로마」와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을 순방하는 동안 거금 80만 달러(한화 3억2천만원)을「쉽게」마련할수 있었다. ▲지 주교 측근의 말에 의하면 지 주교가 가는 곳마다 고위성직자가 이례적으로 직접 공항에 나와 영접했고『이렇게 서로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다』는 격려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같은 이례적 환영은 재작년부터 크게 일기 시작한 한국교회의 부르짖음과 지주교의 행동이 외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외국교회의 지 주교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 주교가 받은 환대는 또한 그의 부르짖음과 행동에 대한 선진국들의 호의적인 평가임에 틀림없는것 같다. 종교가 구원의 방법이 되기는커녕 종교 자체도 구원받기 어려워져 간다는 평판을 받으면서도「척지」정도의 편의제공에 그만 멍청해지는 세속에 물돔이 없이 소신대로 교회의 가르침을 천명한 그 용기를 높이 산 것이다. ▲天倫을 어겨가며 권력 추구에 혈안이 된 이른바 정치좋아하는 사람들이 선전하는 애국애족의 차원과 교회가 하는 애국애족의 차원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교회의 애국애족은 권력과 금력의 애국애족은 권력과 금력의 추구를 전제로 하지않고 조건없는 사랑을 무조건 바치는 숭고한 정신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기에 교회의 부르짖음과 행동을「도전」이나「선동」으로 보는것은 빌라도의 오판에 버금가는 오판임을 이번 기회에 재삼 일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