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에게 이야기를 잘 하는 성질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안 하다 보니 어쩌다 남 앞에서 얘기할랴 치면 자연 조리 없는 얘기가 되기 일쑤고 꺼낸 얘기는 흔히 장황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을 죄다 말하게 되니까 하다가도 혹시 상대방이 지루하게 여기지나 않을까, 혹시 해로운 얘기는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예 남과 앉게 되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줌으로써 상대방의 맘에 동조를 주려 하는 경향이 많다.
한 번은 우리집 6살짜리 꼬마가『엄마 이야기 좀 해줘』했을 땐 맘 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그래서 동화로 쓴 성경 얘기 같은 것을 간신히 기억해내어 들려주니 좋아했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해 달라고 조르면 같은 얘기를 반복해 주고는 한다.
그런데 요 몇 달간 한 기술을 배우러 다닌다고 애들을 이웃 이모네 집에 맡겨두고 다녔더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서는 제법『무궁화 무궁화』하면서 하루도 빠짐 없이 노래하는가 하면 하나둘 세는 것도 꼬박 차례대로 셀 줄 안다. 그러던 어느날『엄마 거짓말 하면 지옥 간다』하고 어디서 들었는지 제법 신중하게 말했다.
아직까지 천당이 무엇이며 지옥이 무엇인지를 얘기해준 일이 없는 내게는 맘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알고(?) 얘기하는 것인지. 그때부터 곧잘 엄마에게 그 말을 써먹는데 어쩌다 얼굴 손발을 온통 흙투성이로 해올 때면 깨끗이 씻어오라고 시킨다. 그러면『엄마 10원 주지?』하고 다짐한다.
이럴 땐 으레 혼자 씻는 버릇을 붙여줄 양으로 대답하면 씻은 얼굴을 채 수건으로 닦기도 전에『엄마 거짓말 하면 지옥 간다』하고는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손을 내민다.
그럴 때 한편으로는 흠칫 놀라기도 하고 어린애의 말이라도 한편 두렵기도 하다. 다만 어린 꼬마의 천진한 협박(?)일까? 어린 꼬마의 천진한 위트일까?
아무튼 맘은 무거운 손으로 약속한 돈을 쥐어준다. 결혼 초에는 우리 내외만이라도 깊은 신앙인이 되었으면 하는 맘 간절했으나 이제 점차 애들이 자라니까 신앙의 가르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낀다. 밥상머리에 앉아 성호 긋는 내 모습을 세 살박이 꼬마가 따라 귀엽게 흉내 낸다. 밤에는 성심상 앞에 꿇어 작은 꼬마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이마에 성호를 그어주면서『예수님, 성모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루 무사히 지내게 해 주셔서…』하면 큰아이도 어느새 곁에 와서 『엄마 나도 해줘』한다. 주님께 받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은혜를 생각하면 우리 어린 두 꼬마가 참다운 주님의 새싹으로 자랐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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