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에서 살다온 친구 아들이 「찬 물」을 「추운 물」 이라고 했다는 말에 한참 웃은 적이 있는데 이런 넌센스가 부지기수인 게 번역이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내가 지난 이십여 년 간 외화(外畵) 번역을 해오면서 동감한 것은 이 또한「사람 할 짓이 못 된다」 는 것이었다. 이와 반대로 「누워 떡먹기」 라고 여기는 사람도 꽤 된다. 찬물(Cold Water) 을 추운물이라하고도 꺼떡없으면 그럴 수 있다. 이것도 「모르는 게 힘」 이라는 역설이 통하는 경우는 「번역은 반역(反逆) 」이라던가 「직역(直譯) 이 아닌 의역(意譯)」이라는 기본 원칙조차 모르면 「햄릿」도 「바다와 노인」 도 겁날게 없어서 경제과를 나온 사람이거나 생물과를 나온 사람이거나 영어만 알면 하루 이틀에 해서 울 수 있기에다.
그렇지 않고 외국문학이나 국문학을 문틈으로라도 엿본 사람이면「아는 게 병」이라서 세익스피어나 헤밍웨이의 문장은 엄두도 안 나고「굿(Good) 」도「댕큐(Thank you) 」도 선뜻 옮겨지지 않는다. 문맥상 「굿」 이 이미 「좋다」 가 아니고 「댕큐」가「감사하다」 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스터 로버츠(Mister Roberts) 」가 「로버츠씨」 가아니고 「미쓰 테일러(Miss Taylor) 」가 「테일러양」이 아니듯이. 게다가 신출귀물하는 세익스피어의 세계를 아는 사람이면 한 달 아니라 한평생이 걸려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시인할 것이다.
설상가상인 것은 영어가 「어미(語尾)가 없는 말(言語) 자식들」 이라서 어미가 있는 어엿한 우리말로 입양시키려면 몸뚱어리만 있는 수백수천 마디에 일일이 팔다리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고 몸뚱어리에 딱 맞는 팔다리를, 길지도 짧지도 않고 긁지도 가늘지도 않고 희지도 검지도 않은 것을,
이쯤 되면 번역이 천형(天刑) 이라는 비명이 안 나올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바벨탑의 숙명」을 거역할 수는 없고 두 손 두 발 다 든 「번역패잔병」으로서 유언처럼 한마디 하라면 이제 우리나라도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니 번역도 문화의 다른 분야들과 나란히 그 「위상정립」을 하자는 것이다. 그 오랜 「문간방신세」 와 「국적불명의 사생아 노릇」을 탈피하기 위해 번역자와 관계자가 「손에 손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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