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초대장처럼 교회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는 이 소리에 풀잎도, 나무도 한 치씩 키가 자라고 그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간절한 기도를 엮어 아녜스에게 보낸다. 5월은 성모님의 달, 종달새가 깃발치며 날고 세상이 생생한 빛을 발하는 함초롬한 달이다.
우리 존재의 근원이 되어 주시고 창조적인 개념이 되어지는 그분의 사랑 때문에 청빈, ㆍ정결ㆍ순종과 나란나란 어깨동무 하고서 하느님께 행진해 나가는 나의 친구 아녜스야!
아직은 여리고 모양새도 잘 갖추어지지 않았겠지만 아녜스의 이름과 아녜스의 세계를 갖기 위해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아리따운 빛의 딸아! 그래서 난 성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단다.
성소는 위로부터 오는 것이며 그분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들의 응답으로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도 전부를 거는 것이겠지만 요즘 들어 있어야할 곳에 참답게 있는 게, 매 순간마다 희미하게나마 있어야할 그 자리에 있음을 기뻐하며 생활하는 게 각자의 성소에 참답게 응답하는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수도자나 성직자, 학생이나 근로자 모든 형제자매들이 보잘것없는 일들 안에서도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 보잘것없는 일이나 노동은 인간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일의 행위로써 하느님과 이웃에게 계속적인 사랑의 향기를 나타낸다는 소명을 가지고산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덜 황폐하고 사람과 사람이 따뜻한 영혼의 교류를 나누는 곳이 되어 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주어지는 근로자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열려진 창문사이로 햇살이 올올이 쏟아져 내리고 책상 위 꽃병에 꽂혀진 하얀 안개꽃과 병아리의 뽀송뽀송한 솜털처럼 프레지아 꽃이 바람에 잎잎이 흔들린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어보면 그분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 싶다. 『너희들도 이 꽃처럼 맘이 예뻐라』
아! 어쩌면 그 조그만 씨앗 속에 그토록 많은 생명들을 키워내 호흡하고 있는 걸까? 그래, 그래, 하느님의 신비는 별아 제비꽃이나 나무위의 새한마리, 가난한 이웃들 그 모든 것 안에 숨어계심을 알게 한다.
하느님의 평화안에 피어난 아주 작은 피조물인 우리도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 호흡하는 생명이 되고, 데운 잔을 기리며 살아나야 함을 우리는 안다. 아녜스는 오늘도 묵은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입는 아름다운 고통과 정신적인 가난을 훈련하며 부르심에 『예』 하고 대답하고 있는데, 나는 그분께서 허락하신 하루하루를 허물어진 담벼락의 담쟁이 넝쿨처럼 너저분하게, 잘 길들여진 동물처럼 공장과 집을 왔다갔다하며 안이하게 살아왔음을 깊이 반성한다.
아녜스가 있는 수도원 뒷동산의 소나무도 감동한 듯이 기도에 취해있을 고마운 주일날 오전에 연약한 나의 기도들을 줄줄이 이어 바람 편에 보낸다.
샬롬!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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