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다지도 많이 주심에, 그리고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글로 쓸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올 해들어 2박3일간의 피정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두 가지 모두 젠 피정이었으나, 형식이 약간 달랐다. 1월21일부터 1월23일까지 했던 3젠 대회는 중3까지의 소녀들만 모여서 훠콜라리 나들이 이끌어 준 것이었지만, 2월27일부터 3월 1일까지 했던 젠 피정은 중고등학생 남녀 모두가 모여서 신부님들과 본당 선생님들이 함께 한 것이었다. 또 3젠 대회는 전국에서 모두 모인 것이었고, 젠 피정은 8개 본당이 모여서 한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둘 다 좋았다. 두 피정이 다 아름다웠던 것이다. 나는 이런 피정을 지금까지 3번 했는데, 마지막 젠 피정은 나의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자라는 커다란 성장과정의 하나였다. 물론 이 전의 다른 피정들도 모두 그랬지만, 이번은 마리아의 길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이전의 3젠 대회에서 나는 내 마음을 굳게 다졌고, 이번 피정에서는 「사랑」 이라는 것을 한층 더 마음에 강하게, 똑똑히 새겨놓았다. 그 후로 나는 항상, 매순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활 안에서 버림받은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8개 본당에서만 모였어도 약 2백 명 가량 되었다. 이 많은 학생들은 모두 설레이는 가슴으로 이 피정에 왔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있었다. 우리 본당에서는 28명이 왔다. 신합덕, 신흥동, 괴정동, 대동, 팽성, 유구, 전포 그리고 우리 수암본당이다. 이 많은 학생들과의 3일을 기대하며 가톨릭 교육회관에서 첫 일과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본당끼리만 어울려 다녔으나 신부님께서 따로 떼어놓으셨다. 나는 신부님 말씀을 가장 먼저 이행했다. 내가 아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많은 사람들을 사귀며 생활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신부님들의 강론말씀과 매일미사, 경험담, 노래 등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사랑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과 매순간 예수님 안에서 생각하며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나는 그동안 내 생활이 얼마나 예수님과 일치되어 있었는가를 돌이켜보았다. 나의 지난날들은 대부분 흐린 안개와 같은 생활이었다. 사랑이 부족한 생활이었다. 물론 나는 가끔씩 예수님을 생각했지만 모든 생활이 그렇지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개가 걷힌 밝은 생활을 하고 있다.
예수님을 더욱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이 좀 더 채워진 생활! 아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순간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식사시간이나 아침에 화장실에서라든지 어디서든지 사랑을 나누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며 함께 실천하는 나도 기뻤다.
3일째 되는 날, 우리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며칠 동안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쉽게 느껴졌다.
신부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새계명」이나 「생활 말씀」 등과 선생님, 다른 학생들의 경험담들이 하나하나 머리를 스쳐간다. 잊어버리지 말고 생활해야지. 피정을 다녀온 후 기쁨으로 가득 찬 생활을 시작하였다. 「사랑」 이 있는 생활을.
학기 초라서 청소 구역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우리 분단은 복도 청소를 하게 되었다. 그때는 청소도구가 잘 갖추어있지 않아서 아이들은 청소를 하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나는 내가 청소를 하더라도 분명 그저 남을 위해 했을 뿐이지 사랑을 가지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랑을 다시 가슴에 똑똑히 새긴 나이기에, 그 청소를 사랑으로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마음이 기뻤다. 아이들은 내게 미안해했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 후 청소 구역이 배정되었다. 나는 자진해서 화장실 청소를 지원했다. 화장실 청소는 모두 9명이었다. 대부분이 화장실청소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청소시간,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통이었다. 교실 쓰레기통이라면 몰라도 화장실 쓰레기통을 누가 자청해서 비우겠다고 하겠는가!
나는 아무 말 없이 내가 그 쓰레기통들을 비웠다. 아이들은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나는 쓰레기통 소리를 질렀다.
나는 쓰레기통 비우는 데에는 비위가 약하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1학년 때에도 화장실 쓰레기통 당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내가 자진했었다. 지금도 나는 같은 화장실 청소 아이들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안에 계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쓰레기통 비우는 일도 즐거웠다.
이렇게 사랑이 있는 생활로 언제까지나 기쁘고 싶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사랑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완덕의 모범이신 마리아와 버림받은 예수님을 생각하며 항상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의 기쁨이다. 앞으로도 이것이 내 삶의 기쁨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생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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