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말 현재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총수는 2백46만8천82명으로 발표되었다(본보 5월7일자 1면).
이 숫자는 같은 기간 국민총수의 5ㆍ76%가 천주교신자임을 밝혀주고 있다.
그리고 87년 한 해 동안 불어난 신자수는 15만5천7백54명으로 예상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교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냉담자와 거주불명자의 수는 변함없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88년말 현재 한국천주교 교세통계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신자수의 증가문제에서 심각성을 아니 느낄 수 없다. 그것은 81년 82년의 경우 신자증가율이 8%선을 유지하다가 83년부터 7%선으로 떨어져 87년 말 현재 7ㆍ13%를 기록했으나 88년도에 와서는 6ㆍ47%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실시 한해의 증가수를 비교해보면 87년 한해에는 16만4천9백63명이 불어났는데 88년에는 이 숫자에서 9천2백9명이 줄어든 15만5천7백54명의 증가에 그쳤다.
혹자는 한 해에 15만5천명이나 신자가 새로 불어나는 곳이 한국 이외 또 어디서 볼 수 있느냐며 자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구태여 우리보다 2백년 이상 교회가 앞선 일본가톨릭이 교세 50만에 복음화율 0ㆍ4%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애써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우리보다 못한 처지의 교회들을 비교해가며 안심하고 만족한다면 한국교회도 오래지않아 힘도 희망도 없는 교회로 전락하고 말 것은 뻔한 이치다.
신자증가의 감소와 더불어 냉담ㆍ행불자의 증가는 더더욱 한국교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87년과 비교해 대인영세자가 9천3백90명이 감소한 반면, 냉담자는 2만1천1백47명, 행불자는 1만6천8백82명이나 늘어난 상황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여기에다 87년도 7만4백38명이던 예비자가 88년에는 6만8천5백74명으로 1천8백64명이나 줄어든 것은 또 무엇을 입승하고 있는가?
다시 말하면 88년 한 해만 놓고 볼 때 신자증가 15만5천7백54명에서 냉담 및 행불자 3만8천29명을 제하고 나면 실지 증가는 어떠한가? 여기에다 전체 증가 수 가운데 대인영세자는 12만5천6백12명이고 나머지는 신자집안의 유아세례자들임을 감안하면 결코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88년 말 현재 집계된 2백46만8천82명의 신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우선 숫적으로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논하려면 냉담자와 행불자를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
통계표에 따르면 88년말현재 전체 냉담자는 25만3천2백18명(10ㆍ25%) 이고 행불자는 32만3천3백6명(13ㆍ09%) 으로 나타나있다. 양자를 합하면 전체 신자 중 57만6천5백24명(23ㆍ34%) 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있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즉 신자 백명당 23명이 「이름만의 신자」로 숫자만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신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사규고백과 사규영성체를 비교해보면 87년 사규고백자가 1백6만3천6백54명(46%) 이던 것이 88년에는 97만5천8백12명(39ㆍ53%) 으로 뚝 떨어졌다.
사규영성체자수는 87년 1백36만2천7백25명(58ㆍ93%) 이1백34만1천4백50명(54ㆍ35%) 으로 떨어졌다.
곧 적어도 1년에 한번 고백성사 받고 여성체하는 신자의 수가 전년도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신앙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적신호가 나타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88년 말 통계표상에 나타난 수치를 종합분석해 볼 때 오늘의 한국천주교회는 새신자의 증가가 감소되고 있고, 냉담ㆍ행불자는 늘고 있으며 수계생활은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통계수치가 전적으로 정확하다거나 이 수치가 한국교회를 좌지우지할 만큼 절대적인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 통계가 최소한 근사치만큼은 제시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오늘의 한국교회가 처해있는 상황을 사실대로 인식하다면 양단간에 무슨 결정이든 내려야 할 것이다. 흘러가는 물결처럼 교회가 이 세상과 더불어 떠내려가게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물줄기를 바꾸어서라도 교회본연의 길을 택할 것인가? 하나를 선택해야할 시점에 왔다. 81년부터 87년까지 매년 8~7%선을 지켜온 신자의 증가가 왜 87년에 들어와 6%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새로운 대책이 세워져야할 것이다.
왜 교회를 찾는 구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영세 입교한 사람들이 냉담자로 빠져버리는지 그 원인을 캐고 적절한 처방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오늘의 교회가 시류에 휘말려 언제까지 눈치보며 양다리 걸치고 살 것인가? 그리고 실천 없고, 모범적이지 못하면서 입술로만 교회를 선전할 때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도 빨리 좀 체득해야할 것이다.
교회가 진정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지못하고 희망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는 현실을 시급히 그리고 정확히 깨달아야할 것이다.
88년 말 교세는 가톨릭인 모두에게 각성과 새 다짐을 촉구하는 「무언의 교서」 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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