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탈출, 빠삐용은 가슴에 나비 문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살인죄의 누명을 쓴다. 그는 프랑스 국적을 박탈 당하고 살아서는 못 돌아오는 남미의 프랑스령「기아나」에 유배된다. 그로부터 13년간 그는 수 차례 탈출을 시도한다. 탈출 기도자를 가둬 두고「침묵의 감방」에서의 처절한 연명…드디어 그는「악마의 섬」으로 유배된다. 그러나 그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끝내 탈출에 성공 자유를 쟁취한다. ▲「수녀에게 배신 당하는 쓰라림」이란 광고 문구가 마음에 걸려 영화「빠삐용」중 그 장면을 눈여겨 봤다. 일단 필사적인 탈출에 성공한 빠삐용은 피신길에 어느 수녀의 도움으로 수녀원에서 쉬게 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신고를 받은 수색대에 의해 또 다시 체포된다.『죄가 없으면 하느님께서 보호해 주실 것』이라는 수녀의 말이 그의 귀전을 울린다. ▲서대문구치소에 갇힌 몸인 지학순 주교가 최근 옥중 메시지를 발표하여 교회 내에 또 다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 주교는 그의 메시지를 통해 그에게 씌어진 내란선동죄목은 사실무근이며 긴급조치법은 자연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되풀이 주장했다. 그는 또 언론의 자유가 없는 신문 기사에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가를 양심껏 판단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 주교는 빠삐용처럼 자신의 무죄함을 설득력 있게 공표할 수 있는 길이 거의 막혀 있다. 빠삐용은 수녀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못해「배신 당하는 쓰라림」을 겪어야 했다. 지 주교는 그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음이 틀림없다. 옥중 메시지에는 그러한 아픔이 구절구절 스며들어 있다. 메시지가 언론 보도기관을 통해 널리 전파되지 못할 것을 짐작하면서도 소수의 신자들에게는 알려야겠다는 노력이 처절하다. ▲빠삐용은 끈질기게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지 주교는 감방 안에서 전 인류와 정의와 민주 회복과 조국을 위해 하느님께 조용히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음을 그의 옥중 메시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특히 지 주교는 신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병중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찾아 위로와 도움을 주며 돈으로 유혹하거나 위협한다고 옳지 않은 일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를 잊지 않았다. 목자의 애절한 가르침이 감방으로부터 울려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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