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가의 집합된 슬기와 정의감의 큰 힘을 역설하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말이다. 다시 바꾸어 참되고 착하고 옳은 길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희구해 마지않는 인간의 정도임을 가르치는 말로 의역해 볼 수도 있다.
진실로 대중이 건강하고 병들지 아니하였을 때 민심은 천심이 되며 그 힘은 그 사회를 전진, 개혁시켜 빛나는 인간의 역사를 창조해 낼 수가 있다. 그러나 대중이 타락하고 병들어 버리면 이는 우상으로 변하고 비인간의 무리로 변하여 그 야비한 수성이 가차없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자 위에 더욱 어리석은 자가 군림하여 자유를 속박하고 정의를 탄압하며 인자를 십자가 위에 못 박아 죽이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2천여년 전에 있었던 것을 우리는 신약성서에서 읽어 안다. 감람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던 무리들이「골고다」로 가는 길에서는 침을 뱉고 돌팔매질을 하며 광분하는 무리로 변하였다. 예수가 그 발을 씻어주기까지 하였던 사랑하는 제자들도 모두 달아나 버렸다. 그 중에는 꼭 그러고 싶은 심정은 아니었으면서도 예수를 동정하면 그와 한 패로 몰릴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본의와는 다르게『저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친 자도 있었다.
하나 같이 짐승의 잔학성과 용기 없는 자의 비굴성으로, 다시 말하여 가학증과 열등의식의 정신병자 무리들이 되어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예수를 타매하고 있을 때 거기 한 아름다운 여인 아니 한 용기 있는 인간이 등장한다. 그는 바로 성서를 읽은 이는 누구나 잘 아는 베로니까 그 여자이다.
밤을 새운 심문과 무거운 십자가 그 위에 퍼부어지는 갖은 멸시와 조롱 때문에 예수는 그때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모든 무리가 그를 멀리하고 모든 무리가 그를 배반하고 있을 때 베로니까는 그 머릿수건을 벗어서 예수 얼굴의 피와 땀을 씻어드렸다. 이것이야말로 만용이 아닌 참 용기이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귀한 마음이다.
이 평범한 여인이 보여준 꺾을 수 없는 용기는 물 속에서도 식지 않고 불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생금의 선휘이며 어둠을 밝히는 빛나는 횃불이다. 바닥 없는 함정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해 올리는 동앗줄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이러한 베로니까의 용기는 요구된다. 더욱이 그 시대가 어두운 암흑기요, 그 사회가 부패하여 비만한 악이 선을 교살하고 거짓이 진실을 대신하고 있을 때는 참을 증거하기 위하여 죽음도 부사하는 베로니까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온갖 상처를 치료해 주며 불안한 영혼을 위로해 주는 베로니까의 손길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야 우리는 그 깨끗한 머릿수건 위에 우리의 고뇌와 고민, 그리고 우리가 경영한 삶의 모습을 역력히 새겨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