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이들 같이 되면 천국에 들리다』고 예수는 말씀하셨다. 이것은 어린이의 천진성 무구성을 칭송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어린이를 천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들이 속세에 물들지 않아 의심할 줄 모르고 두려움을 모르고 착하고 아름다우며 그 모습 그 숨결이 모두 감미로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천사에다 비유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어린 천사들을 백주에 흉악범이 망치로 때려서 욕조에 빠뜨려서 무참히 살육하였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일어난 것 같지 않은 사실이다. 맹수가 으르릉거리는 밀림 속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다. 흑요석처럼 맑던 어린이의 눈동자에 그 흉악범은 어떻게 비쳤을까. 흉악범의 핏발선 눈동자에 천사들은 어떻게 비쳤을까.
어떤 사회심리학자는 이 사건과 범인을 분석함에 일종의 성 도착자의 발작이라고 하였다. 유아성 가학 증자가 순간적으로 범행하며 거기서 쾌감을 만끽하였으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어느 한 정신병자에게만 그런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인간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맑은 지성과 유연한 감성과 굳굳한 의지로서 만물의 영장일 수 있는 인간이 그 모든 아름다운 힘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의구심을 갖게 된다.
세상이 왜 이런가? 인간이 어째서 이렇게 신의 형상을 벗어나고 있을까? 정신만능주의가 저 중세의 암흑기를 불러온 것처럼, 또 과학 기계만능주의가 공해 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물질만능주의가 끔직한 범죄를 몰아온 것이 아닐까. 범인은 말하였다.『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기 위하여 범행하였노라』고. 그 동기만을 볼진대 이선량한 남편을 누가 나무램할 것인가. 그러나 면사포 따위 없어도 사랑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못 갖는 오늘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바로 물질의 노예가 아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비단 이 잔인한 범인만이 갖는 생각일까.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만금을 정당한 노력과 옳은 수단으로 축적한 재벌이 있는가? 영화를 진실한 봉사의 대가로 누리는 권력이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는 몇 마리의 물고기와 몇 개의 떡으로 몇천 명의 무리를 먹이고도 남게 하였다. 부귀영화를 어느 계층만이 포만하게 누리는 부와 빈의 편중이 바로 이런 눈 뜨고 볼 수 없고 두 귀로 들을 수 없는 참혹한 범죄를 낳는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애초에 하느님께서 꾸며주신 고귀한 영혼을 더럽히고 아귀로 변하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새삼 뜨겁게 가슴을 파고드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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