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곡동 3남매 살해사건은 평범한 사람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계점에 도달한 듯한 생명경시풍조와 인간 윤리의 몰락상이 극도에 달한 듯한 느낌이 없을 수 없다. 범죄의 동기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내연의 처에게 면사포를 씌워 주겠다는 하찮은 욕망이 그처럼 끔직한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니 말이다. 이제 어린이 정도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생명 없는 장식물로 전락된 셈인가. ▲범인은 일자리가 모두 부유한 집이었고 따라서 잘 사는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졌을 것이다. 동시에 한껏 일을 해도 궁색을 면치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좌절감도 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이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럴 수가 없는데도 그럴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태아를 살해할 수 있는 권한(?)을 조금만 확대하면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성서를 보면 예수님은 어린이 하나를 불러 제자들 앞에 세우시고 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누구든지 이런 어린이를 나를 받아들이듯이 받아들이면 그것은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실은 나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예수님은 이처럼 어린이를 사랑하셨고 귀중하게 여기셨다. ▲또한 예수님은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가르치셨다. 천국에 들어가는 조건으로「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제시하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 같은 가르침과는 어쩌면 정반대 방향으로 빗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요즘 어린이들은 마치 모자보건법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는 태아의 신세가 돼 버린 정도가 됐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든 이가 어린이와 같은 마음가짐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 묻지 않고 해맑은 어린이다운 마음가짐, 그것은 곧 우리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할 생활의 좌표라고도 하겠다. 권력과 금력에 맥을 못추고 나 하나의 입신영달을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늘날 기성세대의 추잡한 행동이 수정알 같이 맑은 어린이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세상이 혼탁해질수록 더욱 예수님의 말씀이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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