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맞이하는 전교주일이지만 이번 주일은 성년 중에 맞이하는 데서 특별한 의의를 찾아 보려고 한다. 이어 성년의 특별 지향은 화해와 쇄신의 이대 지주로 설정되고 있다. 인간의 회개를 통해서 교회와 세계의 쇄신을 기하고 나아가 인류와 하느님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자는 크고 높은 차원에 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복음을 믿고 있는 자는 그 복음을 지키고 실천해야 하겠고 아직 복음을 믿지 않는 자에게는 그 복음을 전하여 믿고 지키게 해야 한 것이다. 이것이 곧 복음화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성년 중인 지금 열리고 있는 주교 대의원대회(시노드)에서도「복음화」를 대회의 주제로 택했다는 것은 실로 의의 깊은 일이다. 그러므로 금년의 전교주일에 발표한 바오로 6세 교황의 메시지에서「복음화」 사업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첫째로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둘째로 현대 세계의 크나큰 영신적 필요 때문에 긴급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 그리스도 신자는 성세성사를 받을 때에『당신들은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당신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시오』(마태오 28ㆍ19-20) 라는 지상 사명을 받은 것이다. 이 사명을 다하는 것이 바로 전교이고 또 전교하는 것이 곧 사도직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교황은 메시지에서 지금이 바로 복음화의 때로 모든 신자들은 성 바오로와 같이『내가 복음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내게 자랑거리가 될 수 없고 그것은 오직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내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선교 현장에 대해서 잠깐 관찰해 보건대 복음이 이 땅에 전해진 지 이미 2백 년이 되는 오늘날 그간의 여러 차례의 박해를 거친 순교자들의 피의 씨앗이 오늘의 1백만 신도의 열매를 맺게 한 사실은 새삼스레 이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감사하고 외방선교 성직자들과 본방순교 선조들의 공로에 보답할 의무감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그러나 오늘의 20세기 후반기의 현대에 있어서의 선교(전교라기보다 좀 더 포괄적인)의 방향이나 방향론에 있어서 과연 이때까지의 그것들과는 상당한 상황 변경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까지의 선교 방법은 주로 1대 1의 개별적 전교 방식을 채택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특징들은 그러한 개별적 관계보다는 공동 운명적 관계가 보다 더 요청되는 현실에 감하여 선교의 전략에 있어서도 먼저 사회를 전체적 포괄적으로 관찰하여 그 특정 사회를 집단 심리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그들로 하여금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마련하여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제1단계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른바「예비 선교」라고 지칭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현대 사회의 사람들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즉 현대 사회가 가장 결핍되어 있거나 또는 현대 지성인들이 가장 절실히 갈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파악해야겠고 다음은 그들의 결핍과 갈구에 대한 구원의 등불을 들거나 어떤 싸인을 던져 주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개심과 기대를 집중시키게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예비 선교의 제1단계는 성공되는 것이다. 마치 물고기를 잡는 데 비유한다면 재래의 방식은 낚싯대로 한 마리 한 마리를 낚는 것과 같은 것이고 광범한 예비 선교는 저인망 그물을 쳐서 일거대획을 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실예로서 오늘의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기본 권리가 무시당하거나 박탈되고 있는 때에 교회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위해서 예언자적 경종을 울릴 때에는 사회에 소외된 인간들은 교회의 소리를 듣고 그곳에 무슨 좋은 소식이 있나 하고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사회 안에 부정과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는 때에 조직체로서나 개인으로서나 간에 교회 인사들만은 정의와 진리의 길로 걷고 있다는 것이 증포되다면 세상 사람들은 한천에 운예를 바라보듯 교회 문 안으로 모여들 것이 틀림없다. 이와 같은 인류적 사회적 차원의 예비적 포괄적 선교의 전략이 없이 국지적 부분적인 전교의 기술만 가지고는 오늘의 현대 사회를 선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금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시노드」에서도 오늘의 복음화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교회와 사회, 교회와 정치 등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한 토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 또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도 교회와 사회 참여와의 과제를 놓고 지대한 관심과 숙의와 회의가 엇갈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을 전술한 바 넓고 멀고 높은 복음 선전의 차원에서 대승적 쇄신으로 일치의 방향 설정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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