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몹시 타는 편인 나는 유류파동에 의해 에너지 절약운동에 적극 참여코자 석유 난로와 곤로를 치우면서 월동 준비로 전기 난로를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그것 역시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인지라 부랴부랴 19공탄과 31공탄을 부지런히 준비했다. 마악 들여놓고 나니까 아니니 다를까 또 연탄파동 때문에 야단들이다. 이때 난 무사히 겨울을 지낼 수 있게 되었음에 저으기 안심되었다. 만약 사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혼자서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 두었음에 탄복했다. 그런데 지극히 짧디 짧은 겨울 한 철의 육신의 보호를 위해선 이토록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까지 허둥지둥 준비하면서 종국적 진리이며 또한 양심의 바탕이 영원무궁한 안식처인 영의 세계를 차지하기 위해선 매일매일 얼마만큼이나 성실한 노력과 반성을 해보았을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나는 얼굴이 후끈 달아 용광로 속처럼 뜨거워졌고 가슴 속은 쓰리다 못해 아픔이 져려왔다. 이 추하고 천한 심신으로 카리스마적인 순수한 분위기의 극치인 主님의 궁궐에 감히 어떻게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기에 내일 그리고 영원을 위해 오늘의 한 순간이라도 부끄럼 없는 요행이 되어야 하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다. 우리가 천당에 갈 수 있음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기보담 더욱 힘겹다는 사실을 새삼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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