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는 10월 14일자로 김남수 신부(안젤로)를 주교로 서임 발령, 작년 11월 윤공희 주교가 광주대주교로 전임된 이후 공석 중이던 수원교구 제2대 교구장으로 임명했다. 먼저 김남수 주교와 수원교구에 대하여 심심한 축하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신임 김남수 주교는 사제서품 26년 만에 일선 사목 행정과 학교 교육 면에 풍부한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 주교회의 사무총장직을 6년의 긴 세월 동안 맡아보았기도 하다. 그러므로 다방면의 교회 사목 경험을 지녔을 뿐 외에 특히 한국 주교회의의 권위와 체계를 세웠고 거의 맨손으로 지금의 CCK회관을 건립하는 데 적지 않은 공로를 남긴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또 김 주교는 일찍이 덕원신학교를 마치고 이어서「로마」의 명문「울바노」대학을 졸업하면서 신학 박사의 학력을 길러서 그의 해박 명쾌한 신학 지식과 신자 대중을 심취케 하는 독특한 명강론으로도 이미 명성이 높았던 것이다. 특히 이번의 주교 피임은 다년간에 걸친 그의 주교회의사무총장으로서의 역량 발휘가 그 몫을 한 것이 아닌가도 짐작된다. 아무튼 김 주교는 그간의 경력을 통해서 주교학의 수련을 쌓은 것을 십분 발휘하여 수원교구장으로서의 사목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한국 교회 발전에 일단의 박차를 가하여줄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차제에 오늘의 교회 현상을 살펴보건대 진실로 다사다난한 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대외적으로는 현사회의 물질만능주의에 따르는 교회이탈 내지 소외의 현상이 점차로 증가일로에 있고 또 권력과 금력의 과도한 남용으로 인한 인간 존엄성의 박탈 내지 경시의 경향은 날로 창궐하여 가고 있다. 이것은 교회로 하여금 사회 복음화의 場이 저지 당하는 동시에 교회 자체의 권위가 침해 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내적으로 볼 때 교회는『너희는 하나가 되라』는 그리스도의 지상 계명인 일치를 근본 사명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 교회는 과연 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주교단의 일치, 사제단의 일치, 그리고 주교단과 사제단과의 일치가 무엇보다도 교회의 일치에 핵심이 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개탄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증상이 점차로 농후하게 되어오던 바 최근에 이르러 사회적인 문제로 관련된 지학순 주교의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해서 주교단 자체와 또 사제단 사이에 그 의견의 불일치가 표면화된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다. 원래 주교는 교회 일치의 중심이고 핵심인 것이다. 그들 사이에 일치를 보지 못하고 이것이 교회 안팎에 알려졌을 때에 우리 교회가 긍지로 하는 유일성은 그 면목을 상실하게 된다. 더욱이 주교는교회 지체 중에서도 가장 중추적인 큰 지체이다. 그 지체가 자의든 타이든간에 상처를 입을 때에는 모든 지체가 다 같이 그 아픔을 느끼고 이것을 낫게 하는 데 일심전력해야 할 것은 당연 이상의 당연지사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오히려 주교단 사이에 또 사제들 사이에, 따라서 일반 신도들 사이에 이르기까지 불일치의 진폭이 확대되어가는 현상은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신임 金 주교는 이런 때에 주교단의 일원으로 가담하는 마당에 있어서 과거 주교회의의 운영에 실무적 책임을 담당했었던 만큼 각 주교들의 실정을 꿰뚫어 잘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해서 심기일전, 화해와 쇄신의 성년 정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끔 하나의 돌(石)을 던지거나 불(火)을 지르거나 하는 큰 역할을 감행해 주기를 거듭 촉망하는 바이다.
끝으로 노파심의 일단이지만 주교직의 현대적 이해는 그리스도의 예언직과 사제직과 왕직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주교의 예언직수행은 곧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전달하는 교사의 역할이다. 만약에 세상의 진리 아닌 것에 대하여 함구한다면 이는 주교의 예언직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 주교의 사제직 수행은 화해를 위한 중개자의 역할이다. 하느님과 교회, 하느님과 세상, 교회 자체 사이에 총화를 위한 중개자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주교들이 그들 스스로의 사이에도 만약에 불화ㆍ불일치가 있다면 이는 그들의 사제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교의 왕직 수행은 목자로서 양을 채직으로 치는 지배자로서가 아니고 자기 양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목자로서의 봉사가 주교의 왕직인 것이다. 종래와 같은 권위의식만으로 백성들을 통치하는 방식은 이미 시대적 착오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제단이나 신도들은 목자인 주교에 대하여 그 막중한 책임과 권위를 십분 인식하고 만사에 순응하고 협력하는 태세를 적극적으로 표시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김남수 주교의 수원교구장 취임에 즈음하여 축하와 기대와 다짐을 아울러 표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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