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사대부고 일학년 아들 덕에 「어머니회」에 참석했는데, 연사인 유성규 박사가 내린 행복의 정의가 그 전날 내가 쓴 일기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듯 해 뛸 듯 반가웠다.
일기는 내 오랜 습관의 하나로 매일 쓰거나 자주 쓰는 건 아니고 내가 내 자신에게 뭔가 짚고 넘어갈게 있을 때만 쓴다. 나에게 일기는 몸에 목욕과 같고 영혼에 고백성사와 같다. 그 내용이 꼭 시꺼멓거나 부정적이 아니란 게 다르다.
한 달 남짓 잔뜩 뭔가 고인 것 같아 「제삼의 장소」에서 장장 십여 페이지를 써내려 가노라니 내가 참 행복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에게 읽힐게 아니라서 낙서하듯 쓰다보면 나도 그 귀착점을 알 수가 없는 터라 이런 긍정적인 귀결을 본 게 더욱 행복했다.
「심신이 건강한 느낌이고 성격도 이삼십대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표정이나 옷차림도 그때 같아지는 것 같고 대인관계도 내 마음에 든다… 이 넘쳐나는 축복에서 뭘 더 바란다면 과욕 일거다… 내 스스로 내 삶이 만족스러우니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인간승리자」로 여겨진다…」
조심스레 공책을 덮으며 나는 이 행복감이 자기도취나 착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다가 유 박사의 지론에 의해 「내가 행복한 이유」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니 그 기쁨이 어떠랴!
연제는 「시조(詩調)」와 「건강관리」였는데 시조시인이며 한의사인 유 박사가 이 두 연제를 한데 섞어 풀어가는 중에 나온 행복론이 나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안한 게 행복이다. 편안한 마음은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서 온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마음이 편하면 병이 안 생긴다…」시조회의 비정치, 비영리, 비종교를 강조하는 유 박사의 건강 및 행복론에 속으로 박수갈채를 보내며 나 혼자 몇 마디 덧붙였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대로 언제나 기뻐하고 감사하면 그야말로 끝내주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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