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영성체를 했기 때문에 영성체도 하고 오랫동안 성당에 다녔으나 내가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날도 속으로는『아이 지겨워!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으련만…』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삐그덕 삐그덕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속으로는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6학년이 철없는 짓을 해서는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곁눈질로 살짝 보기만 했다.
그런데 철없는 동생이 큰소리로 『킥킥! 저 사람 좀 봐라』하며 마구 웃었다. 나는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지 아무 말도 없이 계속 비틀거리기만 했다. 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또 한편 불쌍하기도 했다.
아버지께서는 그 사람 곁으로 가셨다.
나와 동생은 둘이만 있기가 무안해 그쪽으로 갔다. 그 사람은 이상하게 열심히 기도를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휠체어를 미는 사람이 기도서를 주자 그 사람은 입을 열심히 오물거렸다.
매우 신앙이 깊은 듯했다.
나는 나의 행동을 반성하였다.
『아! 저런 장애자도 자기를 저렇게 내버려 두신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하는 생각이 자꾸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또한 사람들로 모두 아름다운 꽃이나 듣기 좋은 음악을 보거나 들으면 매우 기뻐하지만 진실로 좋고 아름다운 것은 몸이 불편해도 열심히 살려는 저 착한 마음씨와 깊은 신앙이라는 것을 내 마음 깊이깊이 새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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